내년 대선·지선 앞두고 출범한 '2022양대선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정책 첫번째로 “저상버스 100%, ‘노 장애인 존’ 철폐” 요구
2022년에는 전국을 들썩거리게 할 빅 이벤트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대통령선거, 다른 하나는 지방선거다. 진보적 장애계는 선거마다 대선 대응 연대체를 구성해 각 후보를 찾아가 장애인 정책 요구안을 전달했다. 지난 4월 열린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때 활동한 탈시설장애인당이 대표적이다.
장애계는 올해도 연대체를 구성했다. 지난 9월 출범한 ‘2022양대선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양대선거장차연)’다. 양대선거장차연은 내년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정책 요구안을 각 후보 및 정당에 전달해, 당선인이 정책 요구안을 수용하도록 활동한다. 장애민중이 장애정책을 직접 알리며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양대선거장차연은 13일 오후 1시, 서울시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 탈시설지원법·권리보장법 연내 제정투쟁 농성장에서 첫 번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동권·접근권 정책요구안을 제시했다.
-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면 모든 교통약자 이동권이 보장된다
전국 총인구는 약 52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이중 등록장애인 인구는 258만 명 정도다. 전체 인구의 약 5%가 장애인이다. 그러나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 등 교통약자는 약 1500만 명, 즉 전체 인구의 30% 정도가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을 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교통약자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정책국장은 교통약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거라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점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재원 국장은 “장애인 이동권 정책은 모든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 말했다. 즉,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면 모든 교통약자 이동권이 보장된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양대선거장차연에서 첫 번째로 요구한 정책안은 ‘저상버스 100% 완전 도입’이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가 예산을 배정해야 하고 지역별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저상버스는 휠체어 이용자가 뒷문을 통해 버스에 탑승할 수 있도록 지지대가 내려오는 버스를 말한다. 현재 저상버스 보급률은 26.2%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많은 버스 중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버스는 10대 중 2대 정도뿐이다. 영국은 지난해 이미 100% 도입을 마쳤지만 한국은 세운 계획도 안 지킨다.
2016년에 발표된 제3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2017~2021)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까지 저상버스 보급률 42%를 달성했어야 한다. 하지만 작년 9월까지의 보급률은 28.4%뿐이다. 2017년부터 4년간 고작 6%P 늘리는 데 그쳤기 때문에 올해가 끝날 때까지 목표 보급률 42% 달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두 번째 정책 요구안은 ‘특별교통수단 지역 간 차별 철폐’다. 특별교통수단은 일명 ‘장애인 콜택시’라 불린다.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도록 설계된 택시다.
비장애인은 택시를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장애인은 불가능하다.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려면 장애인콜택시를 갈아타야 한다. 비장애인은 1시간이면 갈 거리를 장애인은 갈아타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포함해 네댓 시간을 길바닥에서 허비하기도 한다.
변재원 국장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 이동지원센터의 공공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지원센터는 특별교통수단의 예약과 매칭을 운영·담당하는 곳이다.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등은 공사·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지만 울산시, 제주도 등은 민간이 운영한다.
변 국장은 “이동지원센터를 책임 있게 운영하고 예약·매칭 등의 기준이 통일되게 하려면 공공성이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지역 간 일률적이고 간편한 환승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노 장애인 존’ 없애야
현재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편의점·식당 등 대부분의 생활편의시설에 갈 수 없다. 출입구의 턱 때문인데, 현행법이 이 턱을 합법이라 규정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이 법의 시행일(1998년 4월 11일) 이전에 지어진 건물과 바닥면적 300㎡(약 90평) 이하인 건물은 출입구 경사로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전체 생활편의시설 중 98.8%가 바닥면적이 300㎡ 미만이라는 것이다. 201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98.8%, 음료 및 담배 소매업 98.7%가 이에 해당한다. 즉,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은 100개 중 1~2개뿐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장애계에서 지속해서 문제로 지적한 바닥면적 기준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기준이 300m²(약 90평) 이상에서 50m²(약 15평) 이상으로 변경된 게 개정안의 골자다.
기준을 완화하긴 했으나 ‘노 장애인 존’이 해소되지 않는 건 여전하다.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15평 미만 슈퍼마켓, 일용품 소매점, 음식점 등에 출입할 수 없게 된다. 편의점의 경우 전국 4만 3000여 곳 중에서 15평 미만이 약 80%다. 그나마 완화된 면적기준도 법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신축, 개축, 증축된 시설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시설에는 사실상 해당하지 않는다.
변재원 국장은 장애인등편의법의 바닥면적 기준이 장애인을 합법적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중이용시설의 편의시설 설치 최소 면적기준 철폐를 위한 법 개정’을 정책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기사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