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예산 반영 않는 서울시에 “긴급 오세훈 시장 규탄”
서울시, 뒤늦게 예산 수정… “저상버스·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할 것”
장애인들이 서울시 이동권 예산 확보를 위해 ‘지하철 타기’를 예고하자, 서울시가 뒤늦게 전액 삭감되었던 예산을 수정했다.
29일 오후 1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2022년 서울시 예산안이 서울시의회로 넘어가기 전, 삭감된 이동권 예산을 바로잡지 않은 서울시를 규탄하며 서울역에서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였다.
지하철에서는 “서울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지하철 타기’ 선전전이 있을 예정입니다”라는 방송이 울려퍼졌다. 수십 명의 휠체어 탄 장애인들은 피켓을 목에 매고 1호선 서울역 1-1구간에 모여 지하철 타기 투쟁을 했다. 이들은 단체로 지하철을 함께 타고 전철 내부에서 선전전을 진행한 후, 시청역에서 내렸다. 서울역의 승강장과 전철 사이의 간격이 너무 넓은 탓에 휠체어 바퀴가 걸리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짠 서울시 예산이 오는 11월 1일, 서울시의회로 넘어간다”라며 “오늘이 오 시장에 투쟁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서 이렇게 긴급하게 지하철을 타러왔다”며 투쟁의 취지를 밝혔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타기 투쟁 소식에 서울시는 오늘 오전, 전액 삭감되었던 예산을 뒤늦게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시에서 1역사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지하철 역사는 16개다. 8개 역사(종로3가역, 강동역, 새절역, 봉화산역, 상월곡역, 수락산역, 청담역, 광명사거리역)의 경우, 설계가 완료되어 공사비가 내년도 예산에 전액 반영됐다.
그러나 올해 서울시 예산안에 따르면 설계가 완료될 고속터미널역과 상일동역의 경우 공사비가 전액 삭감되었고, 내년에 설계가 완료될 구산역, 남구로, 복정역도 공사비가 전액 삭감됐다. 이에 분노한 장애인들이 오늘의 투쟁 소식을 전하자, 서울시는 오늘 아침 공사비가 반영되지 않은 역사의 경우 설계 완료 시 공사비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설계를 검토 중인 신설동역과 대흥역에 대해서도 설계비를 뒤늦게 반영했다. 까치산(내부)역의 경우, 여전히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서울시 기획조정실 재정기획관 예산담당관 강인철 예산1팀장은 29일 비마이너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 4개(구산역, 남구로역, 복정역, 까치산역)역을 제외하고는 설계비 및 공사비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었다고 해명했다. 강 팀장은 “내년에 설계가 완료되는 구산, 남구로, 복정역은 공사비를 마련할 수 없어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까치산역의 경우 아직 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예산편성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제3차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2021년 저상버스 도입률은 75%(5345대)에 이르러야 하지만, 2021년을 두 달 남긴 현재 도입률은 65.6%(4307대)에 불과하다. 또한 계획에 따르면, 2022년 도입되는 시내 저상버스 수는 650대지만, 467대로 예산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강 팀장은 “서울시 시내버스 이용률이 줄어듦에 따라 감차를 고려해 예산을 편성했다. 저상버스 숫자는 예측할 수 없지만, 2025년까지 100% 저상버스 도입은 공약 내용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이용자 수는 3만 7151명이지만, 고작 620대만 운행되고 있어 장애인들은 늘 긴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2022년 장애인콜택시 증차 예산은 120대(대·폐차 80대, 신규 30대)에 그쳤다. 강 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용률이 많이 줄어들어서 대기시간도 줄어들었다. 서울시의 대기시간 목표는 30분 미만인데, 2020년, 2021년 대기시간이 30분 미만이다”라며 “대기시간이 더 짧으면 좋겠지만, 예산에 제약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