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장애인당, 9명의 대선 예비후보 발표하며 출정식 열어
정치권 향해 “우리를 빼고 우리를 논하지 말라” 일침
지난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활약했던 탈시설장애인당이 대선을 겨냥한 ‘탈탈원정대’를 결성해 전국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탈탈원정대는 ‘세상을 탈탈 털자! 비장애중심 사회에서 탈출이다!’라는 의미다. 이들은 출정식을 열고 전국선거유세 활동 계획을 밝혔다.
2022양대선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양대선거장차연)는 22일 오후 2시, 수원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선거유세 시작을 알렸다. 양대선거장차연은 내년 3월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와 같은 해 6월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장애인단체와 지역 장애인·시민사회·노동·인권·문화예술단체로 구성된 선거 대응 연대체다. 지난 9월 13일 출범했다.
출정식을 환영하듯 기자회견 중간 눈이 흩날리기도 했다. 출정식에선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한규협 민주노총 경기본부 수석 등이 지지발언을 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탈시설장애인당가를 불러 자리를 축하했다.
이들이 낸 탈시설장애인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는 9명. 김수정, 김진수, 박명애, 배영준, 서기현, 서미화, 유진화, 이규식, 이진우 후보다. 그러나 탈시설장애인당은 가짜 정당이기에 정당 등록을 하지 않았고, 후보들 또한 등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탈시설장애인당을 결성한 것은 장애인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서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장애인의 삶을 바꾼 건 선거도 정치도 아닌 투쟁이었다. 정치의 이해관계자로도 참여하지 못했던 장애인들이 사회 갈등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정치나 선거가 아닌 지하철 선로 점거와 연착 투쟁,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투쟁을 할 때였다”라며 “장애인의 투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로 바꿀 것이다”라며 당 결성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대선 예비후보 9명 중 5명은 장애인권리를 위한 대선 공약을 밝혔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것은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탈시설 권리 보장이었다.
유진화 후보는 모든 장애인이 탈시설 권리가 있다고 밝히며,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확대와 최저임금 보장을 중점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2살부터 시설에 살다가 24세에 탈시설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여러 사람들이 도움과 응원을 해주니 잘살고 있다”라며 “시설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여러분 모두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 발달장애인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유진화를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수정 후보(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장애인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정부는 장애부모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시설 존치를 말하는 것을 탈시설 반대 의견인 양 호도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힘든데, 시설에서는 잘 살 수 있다는 게 가능한가? 시설이 그렇게 기능적으로 완벽한 곳인가? 정부가 순전히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에) 돈을 아끼려고 우기는 게 아닌가. 중증장애인도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도 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수 후보(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모든 시설폐쇄와 함께, 탈시설 후 자립생활의 기반이 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확보와 주거지원 확보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전국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해 다 같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 또 지역사회에 필수적인 활동지원 24시간과 주거지원이 이뤄질 있도록 하겠다. 딱 이 공약 세 가지는 지킬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명애 후보(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인 교육권, 그중에서 평생교육 예산 확대를 강조했다. 장애인 중 학령기 교육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충분한 예산이 책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아서 47세가 되어야 겨우 공부를 시작했다. 시설장애인이 갇혀 있다고 하는데 재가장애인도 갇혀 있긴 마찬가지였다”라며 “질라라비 장애인야학에서 10년 공부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그런데 내가 공부할 때랑 지금이랑 장애인평생교육 예산은 아주 조금 늘었을 뿐이다. 학령기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평생교육 예산 확대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권리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장애인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릴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규식 후보(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현재 대선후보로 점쳐지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렬(국민의힘), 심상정(정의당) 등을 상대로 투쟁해 탈시설, 자립생활, 이동권, 교육권 등의 장애인 권리 예산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이날 탈시설장애인당 전국 선거 출정문에서도 “20년 전, 미국의 장애운동가들이 외쳐왔던 ‘우리 없이 우리를 논하지 말라’는 목소리에 연대하여, 2021년 탈시설장애인당 또한 중증장애인과 탈시설장애인의 권리를 실현하는 데 당사자의 참여를 최우선한다”라며 “탈시설장애인당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 장벽을 허물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탈탈원정대는 오늘 출정식을 시작으로 성주군·대구시(23일), 창원시·목포시(24일), 광주시·전주시(25일), 세종시·서울시(26일) 등을 돌며 장애인의 권리를 전국에 알릴 예정이다.
기사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