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광화문광장 지하 해치마당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기원하며 ‘달(Moon) 맞이 광화문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치렀다. 활동가들이 광화문 노숙농성을 하기 위해 천막을 치고 있는 모습. 휠체어 뒤에 걸린 손팻말에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님! 장애인정책국 예산을 OECD 평균 8조 증액하십시오!” 등이 적혀있다. 사진 박승원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홍남기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 장관을 ‘긴급현상수배’한다고 공포했다. 이들은 15일 광화문광장 지하 해치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까지 4박 5일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15일 오후 광화문광장 지하 해치마당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기원하며 ‘달(Moon) 맞이 광화문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치렀다.
15일 오후 광화문광장 지하 해치마당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기원하며 ‘달(Moon) 맞이 광화문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치렀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장애등급제 폐지하라”고 외치는 모습. 사진 박승원
박옥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국민명령 1호 ‘장애등급제 폐지’ 약속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먼발치에 있었지만, 고개 끄덕이는 모습을 분명히 봤다”라며 “문 대통령에게 기재부 장관에게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 반영을 건의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지금까지 답변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2018년에 1년 동안 8개 민관협의체를 결성해서 끊임없이 장애등급제 폐지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예산을 책정했지만, 기재부에서 싹둑싹둑 잘려나갔다”라며 “오늘 투쟁 의제는 문(moon), 달맞이 투쟁이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우리 염원이 대통령 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자”라고 외쳤다.
이봄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보건복지부는 7월에 일상생활 지원영역 서비스(활동지원, 거주시설 입소, 보조기기, 응급안전 서비스)에서부터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4가지 영역에 대해선 서비스 필요도 측정을 ‘종합조사표’를 통해 하겠다고 했으나, 이중 종합조사표로 급여량을 결정하는 서비스는 결국 활동지원밖에 없다. 하지만 종합조사표 형태는 현재 활동지원 인정조사표와 매우 유사해 장애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의 인정조사표는 의학적 손상만을 반영할 뿐 장애인 개인의 욕구와 사회적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봄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대부분의 일상에서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뇌병변 2급과 지적 3급으로 중복장애1급)이지만 구청 측으로부터 ‘뇌병변장애 2급이 (활동지원서비스) 1급에 준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의신청과 급여변동 신청을 거부당했고, 결국 지역 장애인단체와 함께 올해 1월 국민연금공단 점거 농성까지 벌여야 했다.
이 활동가는 “작년 1월에 자립하기 시작했지만, 한 달 동안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해서 집에 혼자 있었다. 그해 3월부터 활동지원을 받게 되었지만, 장애등급제에 가로막혀 고작 70시간밖에 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하루 한 끼밖에 먹지 못해 지금 몸이 매우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국민연금공단에서의 농성으로 시간을 조금 더 받기는 했지만, 공단이 ‘장애등급 제한이 있어 더는 줄 수 없다’라고 답해 속상하고 화가 났다”라며 당시를 전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장애등급제 폐지가 허울뿐인 폐지가 아니라, ‘진짜 폐지’가 되어서 모든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제대로 받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숙희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420공투단은 오는 7월,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일상생활 지원서비스에 ‘거주시설 입소’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분개했다. 거주시설에서는 장애인 인권침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성심동원 산하 성심재활원에서, 부산 동향원에서 심각한 인권유린이 발생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 중에서도 특히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은 법인 산하 정신병원인 반구대병원에 거주인들을 강제로 강제입원시키고 장애인 거주인에 대한 성폭력 등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고숙희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시설 생활교사가 장애인을 돌보기 힘드니 정신병원에 보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고 분노하며 “조만간 부산시청의 입장이 나올 텐데 시설 유지가 아니라 폐쇄를 해야 한다”라며 부산시청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장애인수용시설 없애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정부는 수용시설이 일상생활 서비스라고 하고 있다”라면서 “장애인수용시설 폐쇄를 위해 경기도와 서울시에 이어 곧 부산에서도 시청 앞 농성에 돌입할 것이다. 장애인시설 폐쇄를 위해 부산에서도 끝까지 싸우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420공투단은 “이처럼 거주시설은 ‘감옥’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것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서울 프리웰, 대구 시립희망원, 경기 성심재활원, 부산 동향원 등 범죄시설은 당장 폐쇄되어야 한다. 거주인은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향후 10년 이내에 전국 모든 장애인거주시설이 폐쇄되어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420공투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해치마당에서 나와 장애계 요구를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박승원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재정 및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2019년 장애인복지예산이 전년 대비 25% 증액했다’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 단가가 오른 자연증가분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420공투단은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폐지가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한 ‘진짜’ 폐지가 되기 위해선 2022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8조 원으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420공투단 소속 전국 500여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난 3월 26일과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앞에서 OECD 평균 수준의 장애인복지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1박 2일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형숙 420공투단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세종시를 찾아갔지만 담당 사무관 빼고는 누구 하나 코빼기도 나오지 않았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제보해달라”라면서 “다가오는 7월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고 하나 예산 반영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외쳤다.
이어 “4월 20일이 달력으로는 ‘장애인의 날’이나 이러한 시혜와 동정은 거부한다. 이날을 우리는 ‘장애인이 권리의 주체’임을 선언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한다”라면서 “그날까지 이곳에서 농성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가짜 폐지’라는 것을 알리고,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 제정의 필요성과 OECD 평균 수준으로 장애인 복지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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