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12시, 서울시청후문에서 '중증장애인 지역사회 권리쟁취 서울시청 노숙농성 보고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최한별
서울시 제2기 장애인인권기본증진계획(아래 2기 장애인권계획)과 제2차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아래 2차 탈시설계획)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가 서울시청 후문에서 진행해온 천막농성이 20일 만에 ‘두 계획 전면 수정’이라는 결실을 보고 종료되었다.
서울시와 서울장차연은 4월 29일 오후, 당초 '5년 내 300명'으로 정한 서울시 2차 탈시설 계획 목표를 '5년 내 800명'으로 수정하는 데 합의했다. 또한, 과거 시설 비리와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회복지법인 프리웰과 인강재단 산하 시설에서 거주하는 236명 전원에 대해 2020년까지 탈시설을 지원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또한, 서울시는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2년 동안 활동지원, 주거서비스 등에 있어 최대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탈시설 계획 이외에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방안도 서울장차연과 합의했다. 서울시는 장애인식개선•장애인권교육, 권익 옹호, 문화 예술 활동 3개 직무를 '서울형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로 규정하고 시간제(주 20시간), 복지 일자리(주 16시간) 형태로 2020년에 200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장차연은 1일 오후 12시, 농성을 해오던 서울시청후문에서 농성 보고대회를 열고 이같은 합의안을 발표했다. 서울장차연은 "중증장애인의 투쟁으로 서울시가 동의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서울시 장애인 인권정책' 실현에 있어 합의된 내용과 목표 그리고 예산 반영을 신뢰 관계 속에서 충실히 이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수경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농성을 시작한 4월 12일 이전에 이미 서울시에 우리의 요구안을 제시했고, 12일까지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줄 것을 요구했으나, 당일 서울시 공무원들은 '잊고 있었다', '5월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만 되풀이 해 허탈함과 분노를 안겨줬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 활동가는 "그러나 농성 끝에 우리는 계획 전면 수정을 이끌어냈고, 어제(4월 30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농성장을 직접 찾아와 면담 결과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약속했다"며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소중한 결과인만큼, 앞으로 서울시가 이 약속을 잘 지켜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청 노숙농성 보고대회에서 김수경 활동가(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최한별
박경석 서울장차연 개인대의원은 "오늘은 노동절이다. 노동절은 그저 노동자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차별과 착취를 받는 모든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고 투쟁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박 대의원은 "그동안 장애인은 노동 문제에서 소외되고, 노동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채 '기생적 소비계층', '폐기물'로 여겨진 혐오의 역사가 있고, 우리는 그 존재를 정확히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투쟁해왔다"며 "수용시설 정책 역시 바로 이러한 역사 속에 있는데, 서울시 탈시설 대상자 확대에 많은 거주시설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동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굉장히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감옥이나 다름없는 시설을, 그곳에서의 노동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중증장애인들과 연대하고 이들의 가치를 사회에서 다시 세우는 것이 진정한 노동절의 의미이지 않겠는가"라며 거주시설 노동자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이어 박 대의원은 "지난 20일의 투쟁은 이 땅에서 모든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려는 모든 이들의 연대를 끌어내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시대를 관철하는 투쟁 속에 서울장차연이 있었음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싸움에 함께 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4월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농성장을 찾아 서울장차연 대표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면담 결과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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