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된 어린이날, 놀이공원 탑승 거부당한 청각장애인 인권위 차별진정

by 김포야학 posted May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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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이 된 어린이날, 놀이공원 탑승 거부당한 청각장애인 인권위 차별진정
하이원리조트∙롯데월드∙에버랜드 등 장애인 차별 여전해
청각장애인들 “장애유형별 탑승 기준 마련하고 최소한의 수어서비스 제공해야”
 
등록일 [ 2019년05월14일 16시29분 ]
 
 

1557820616_82834.jpg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 14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의 특성이나 정도를 가리지 않고 놀이기구 이용을 못 하도록 막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차별 진정했다. 유정아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서 청각장애인 남편과 딸과 함께 나들이로 하이원리조트에 갔습니다. 알파인코스터(슬로프 정상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놀이기구)를 타려고 할인받기 위해 창구에서 장애인 카드를 꺼내자, 담당자는 ‘청각장애인이라 듣지 못해 위험하다’라면서 티켓을 팔지 않았습니다. 항의했지만 막무가내였고 결국 나들이는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오랜만에 놀아주려 한 딸에게 미안한 마음만 큽니다.” (유정아, 청각장애 2급)

 

이어 유 씨는 “청각장애인에게 사전에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놀이기구를 이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은 없었다”라고 꼬집으며 “놀이공원 사업자는 청각장애인에게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게 막기만 하면서 차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씨는 “하이원리조트뿐 아니라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라면서 “놀이공원 사업자들은 놀이기구 이용을 못 하게 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우리 가족에게 사과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청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을 위한 대책을 세워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듣지 못해 위험하다는 이유로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당한 사람은 유 씨뿐만이 아니다. 놀이공원에서 유사한 사건을 겪은 청각장애인들은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아래 장애벽허물기)과 함께 14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의 특성이나 정도를 가리지 않고 놀이기구 이용을 못 하도록 막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했다.

 

1557821032_93064.jpg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 14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의 특성이나 정도를 가리지 않고 놀이기구 이용을 못 하도록 막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차별 진정했다. 사진 박승원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각장애인 5명이 하이원리조트,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놀이공원에서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표를 사지 못하거나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당한 경험에 관해 이야기했다.

 

중국에서 온 뇌우(41세) 씨는 청각장애 1급이다. 그는 작년 6월 두 자녀와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끊고 입장했지만 어떠한 놀이기구도 타지 못했다. 그는 “딸과 함께 티익스프레스와 썬더폴스를 타려 했는데 ‘농아인이라 위험해서 안 된다’라며 타지 못하게 했다”라며 “놀이공원이 우리 가정의 행복을 빼앗아갔다”고 힐난했다.

 

더구나 뇌우 씨 가족은 아무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못했지만, “한 번 입장하면 환불받을 수 없다”라는 이유로 에버랜드 측에 티켓 요금을 환불받지 못했다. 

 

청각장애 2급인 정동성(45세) 씨도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에 갔지만, ‘농아인이기 때문에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이유로 놀이기구를 타지 못했다. 정 씨 가족도 티켓 요금을 환불받지 못했다. 정 씨는 “당시는 차별인지 모르고 포기하고 둘러보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별이었다”라며 진정에 참여한 배경을 설명했다.

 

1557820441_17150.jpg장애벽허물기와 진정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 박승원
 

장애벽허물기는 “청각장애인에게 탑승 전에 주의 사항만 잘 전달하면 문제가 없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재화∙용역 등의 제공에 있어서 차별금지) 제2항에 의한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벽허물기는 “외국인이 오는 경우 영어나 기타 언어로 문의에 관한 응대를 하면서 청각장애인에게 수어로 서비스를 하는 놀이공원은 왜 한 곳도 없느냐”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들은 “이는 2016년 2월 3일 공포한 한국수어법이 '한국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졌다'라고 명시한 것에 위배되며, 제20조(정보접근에서의 차별금지) 제1항에 의한 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장애벽허물기는 청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 허용을 비롯해 △차별 당한 당사자에게 서면 등을 통해 사과 △장애유형별 놀이기구 탑승 여부 기준 마련 △장애인 인식을 높이기 위해 관리자 등에게 청각장애인 이해교육(청각장애인 고객 특성, 아주 간단한 수어 등)과 최소한의 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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