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전국에서 장애인들이 소송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장애인들이 시외고속버스에 탑승할 권리를 외친 지도 어언 13년.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전국에 한 대도 없습니다. 장애인들이 전국의 버스회사들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비마이너도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비마이너는 앞으로 한 달에 걸쳐 우리나라의 시외고속버스 이동권 상황과 지금까지의 논의를 소개합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① 장애인들, 시외고속버스 타기 위해 전국에서 소송 진행한다
② 우리나라의 시외고속버스 이동권, 출발은 했나
③ 사법부 판결 살펴보니…장애인은 고향 갈 때만 버스 타라는 것?
장애인권단체들이 시외고속버스에도 장애인을 탑승시키라며 투쟁을 시작한 2014년, 서울지방법원에서는 장애인의 시외고속버스 이동권에 관한 차별구제 소송이 시작됐다.
2014년 3월, 계단 있는 버스에 탑승이 어려운 휠체어 이용 장애인, 유아차를 끄는 영유아 동반자, 고령자 등 교통약자들이 시외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와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회사 사업자이다.
소송은 무려 12년째 진행되고 있다. 1심, 2심을 거쳐 3심까지 진행됐으나 2심으로 파기환송 됐고, 파기환송심 결과는 지난 2025년 11월 내려졌다. 현재는 파기환송심 결과에 대한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말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아래 이동권연대)가 전국 8개 권역 운수회사들을 상대로 한 동시다발 소송을 4월 내 시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금까지의 소송은 향후 진행될 재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시외고속버스에 휠체어가 못 타는 건 차별이 맞다
“장애인은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모든 교통수단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장애 제반 특성을 고려하여 인적, 물적 제반 수단으로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이 차별 없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 1심 서울지방법원 2014가합11791 판결 -
1심, 2심, 3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교통사업자가 시외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을 가능케 하는 설비를 장착하지 않은 것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차별구제에 관한 법」(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맞다고 일관되게 인정해 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장애인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각급 재판부는 교통사업자가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판단했다. 이에 모든 재판부는 교통사업자가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운수회사들은 편의시설 설치 불가 환경, 다른 승객들의 활동 제약, 운행 시 발생하는 대기시간 증가, 사업자 폐업 수준의 재정 필요 여부 등의 이유를 댔으나 재판부는 이 같은 사항들이 정당한 차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3심 재판부는 “일정한 재정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누구든지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차별금지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적극적 조치를 판결할 때는 재정 고려 필요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든 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설비를 즉시 장착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3심 재판부는 운수회사의 차별행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법원이 적극적 조치를 구할 때는 운수회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심으로서는 피고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노선 중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는 노선, 피고 버스회사들의 자산·자본·부채, 현금 보유액이나 향후 예상영업이익 등 재정상태,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운임과 요금 인상의 필요성과 그 실현 가능성, 피고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비롯한 인적·물적 지원 규모 등을 심리한 다음 이를 토대로 이익형량을 하여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대상 버스와 그 의무 이행기 등을 정했어야 한다.
- 3심 대법원 2019다217421 판결 -
먼저 3심 재판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도록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수 있다”며 적극적 조치에 대한 법원의 권한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적극적 조치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모든 이해관계인들의 공익과 사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며 “피고 버스회사들에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한 원심판결에는 법원의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원고가 실질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를 가족과 직장 소재지로 보고, 금호익스프레스의 재정 상황에 맞춰 2027년까지는 서울-부산 노선 차량의 50%, 2029년까지는 전체 차량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할 것을 조치하고, 서울-서부산 노선은 2028년까지 설치할 것을 명령했다.
박미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은 “재판부의 지난 파기환송심 판결은 운수회사들의 재정 상황을 이유로 차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이번 동시다발 소송에서는 특정 노선에 상관없이 장애인들이 왜 언제든지, 어디로든지 버스를 타야 하는지 치밀하게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나 지자체는 ‘차별 안했다’는 사법부
한편 원고들은 애초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역시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이용자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고, 이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정부와 지자체에도 책임을 물어왔다.
그러나 사법부는 1심, 2심, 3심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차별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 했다.
특히 3심 재판부는 정부와 지자체가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지도·감독하는 것을 소홀히 하였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당시 교통약자법에 저상버스 외에 휠체어 탑승 설비 도입과 관련된 계획을 세우도록 명시하지 않고 있고, 국토교통부가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 · 시외버스 표준모델을 개발하는 등 교통약자법상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