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20 기획연재Ⅰ] 0%, 고속버스가 없다 ④ 한국과 너무 다른 이동권 현실,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대만에서는 장애인도 명절에 고속버스 타고 이동 가능 휠체어 전용 승하차장 없어도 탑승 가능, 버스 기사도 지원 휠체어석이 2개나 있는 대만 고속버스를 타다, 그것도 명절에…

by 김포야학 posted Apr 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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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20 기획연재Ⅰ] 0%, 고속버스가 없다

[편집자 주] 전국에서 장애인들이 소송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장애인들이 시외고속버스에 탑승할 권리를 외친 지도 어언 13년.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전국에 한 대도 없습니다. 장애인들이 전국의 버스회사들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비마이너도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비마이너는 앞으로 한 달에 걸쳐 우리나라의 시외고속버스 이동권 상황과 지금까지의 논의를 소개합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① 장애인들, 시외고속버스 타기 위해 전국에서 소송 진행한다
② 우리나라의 시외고속버스 이동권, 출발은 했나
③ 사법부 판결 살펴보니…장애인은 고향 갈 때만 버스 타라는 것?
④ 휠체어석이 2개나 있는 대만 고속버스를 타다, 그것도 명절에…

대만의 휠체어 리프트 설치 고속버스 내부 사진. 좌석이 2+1구조로 되어 있고, 버스 우측에 2개의 휠체어석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대만의 휠체어 리프트 설치 고속버스 내부 사진. 좌석이 2+1구조로 되어 있고, 버스 우측에 2개의 휠체어석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타이베이시청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대만에서 유명한 101타워가 보였다. 맑은 날씨에 높은 빌딩이 더욱 멋들어져 보였다. 우리가 이동하는 5월 30일은 대만의 단오절이었다. 단오절은 설날, 추석과 함께 대만의 3대 전통명절 중 하나로 3일 동안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여행을 가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들도 명절이 되면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한다. 하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은 휠체어는 안 태워주는 시외고속버스에 항의하기 위해 명절마다 터미널로 향한다. 그런데 대만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가고 있다니, 가는 길에 조금은 화가 났다. 한편 한국에서는 비장애인도 명절 교통편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사전에 예약하지 못하면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과연 대만에서는 명절에, 그리고 당일에 장애인이 바로 가서 버스를 탈 수 있을지, 이후 일정이 괜찮을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명절 기간임에도 버스 탑승에 아무 무리가 없었고, 오히려 버스 요금을 할인까지 해줬다. 타이베이에서 자오시로 가는 고속버스 요금은 장애인이 52대만달러(2400원), 비장애인은 60대만달러(2800원)이었다. 비장애인은 단오절을 맞아 50% 정도 요금 할인을 받게 됐고, 이에 모두가 저렴한 금액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교통 정책들이 있지만 연휴 기간 차를 가진 이들에게만 유효한 톨게이트 무료 정책뿐만 아니라, 대만처럼 대중교통수단 요금도 할인이 된다면 모두의 이동을 위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 시외버스는 휠체어가 1대 또는 2대까지 탑승 가능한 차종들이 있었다. 최근에 나온 기종들은 2대가 탑승 가능한 차량이라고 했다. 터미널에서 빵을 가득 사서 요기를 하고, 한 시간 정도 기다려 우리는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왼쪽) 비어있는 타이베이 고속버스터미널 승차장. 모든 승차장이 한국보다 더 길게 되어있다. (오른쪽) 승차장에 고속버스의 휠체어 리프트가 내려와 휠체어 이용자를 탑승시키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왼쪽) 비어있는 타이베이 고속버스터미널 승차장. 모든 승차장이 한국보다 더 길게 되어있다. (오른쪽) 승차장에 고속버스의 휠체어 리프트가 내려와 휠체어 이용자를 탑승시키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버스는 한국의 우등버스처럼 2+1석 구조로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신형 버스였다. 타이베이 터미널 승차장은 우리나라보다 더 사선으로 주차하게 되어 있었는데, 한국과 달리 버스의 앞부분에 리프트가 있어 별도의 휠체어 전용 승강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버스 기사가 리모컨으로 리프트를 조정해 승차장으로 리프트가 내려왔다. 나와 동료들은 순차적으로 리프트를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나를 포함해 휠체어 승객 2명이 탑승하자, 기사가 좌석으로 와서 휠체어 앞뒤 바퀴에 안전벨트를 설치했다. 어찌나 단단히 잘 고정되던지 아무리 휠체어를 움직여도 꿈쩍하지 않았다.

휠체어 이용자가 고속버스에 탑승하면 버스 운수종사자가 앞뒤로 안전벨트를 채워준다.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휠체어 이용자가 고속버스에 탑승하면 버스 운수종사자가 앞뒤로 안전벨트를 채워준다.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휠체어 탑승이 마무리되고 다른 승객들이 모두 자리를 채우자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는 과속 없이 안전속도를 유지하며 자오시로 이동했다. 막상 버스를 타보니 한국에서는 휠체어 타고 시외이동 하는 게 왜 그렇게 힘든 일인지.......... 왜 24년째 장애인들은 권리를 외쳐야만 하는 것인지 가슴 속에 답답함이 올라왔다.

버스가 출발하고 1시간가량 지났을까, 어둠을 지나 작은 도시가 나왔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고, 비장애인 승객이 먼저 내린 뒤, 기사가 우리의 하차를 위해 좌석 안전장치를 제거해 주었다.

자오시의 버스터미널은 타이베이와 달리 주차장에 그냥 하차하는 방식이었다. 승강장 없이 우리가 어떻게 내리게 될지 조금 궁금해졌다. 하지만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사가 우리를 그냥 주차장 바닥에 리프트로 내려주셨고 우리가 승차장 위로 올라갈 때까지 휠체어 옆을 따라 동행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두고 버스 개조뿐 아니라 승강장 구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미루기만 하는 한국과 비교되었다. “그래 이거지.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심지어 다음 날에 나의 동료는 자신이 탄 고속버스의 리프트가 망가져 있어, 아차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른 차로 교체가 돼 자오시에서 타이베이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래 이거지.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도착한 자오시시 버스터미널에는 별도의 승강장이 없어 주차장 바닥에 하차했다. 하지만 운수 종사자가 승차장까지 안전하게 동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도착한 자오시시 버스터미널에는 별도의 승강장이 없어 주차장 바닥에 하차했다. 하지만 운수 종사자가 승차장까지 안전하게 동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같은 장소에서 승차 중인 동료.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같은 장소에서 승차 중인 동료. 사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

※ 2025년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가 휠체어 이용자도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가 운행된다는 대만으로 ‘이동권 연수’를 떠났습니다. 이번 기사는 최진기 씨 등 대만 연수단이 타이베이 시에서 이란현 자오시 시로 이동하며 모니터링한 내용으로, 일부 편집을 거쳐 싣습니다.

필자소개

최진기.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자,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5년 광주지방법원이 금호고속에게 전체 버스에 대해 휠체어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판결하자, 경상남도에서도 관련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대만 연수를 기획했다. 대만 교통부 산하 공로국 등을 만나고, 직접 시외고속버스에 탑승해 보고 돌아왔다. Choijink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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