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공단 앞 400여 명 모여 장애인노동절 집회
권리중심일자리 제도화,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등 요구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고용불안정 완화, 장애인 일자리도 적용돼야

'차별생산 노동철폐, 권리생산 노동쟁취' 깃발 너머로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보인다. 사진 이재민
'차별생산 노동철폐, 권리생산 노동쟁취' 깃발 너머로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보인다. 사진 이재민
장애인노동절 결의대회 현장. 휠체어에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차별 철폐하라!" 스티커가 붙여져 있고, 그 너머로 무대차량이 보인다. 사진 이재민
장애인노동절 결의대회 현장. 휠체어에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차별 철폐하라!" 스티커가 붙여져 있고, 그 너머로 무대차량이 보인다. 사진 이재민

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절’로 이름을 되찾은 5월 1일, 헌법에 명시된 노동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노동을 해도 최저임금 적용제외 등 부당한 처우를 받는 400여 명의 장애인들이 서울 도심에 모여 노동권 보장을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비롯한 진보적 장애운동단체들은 1일 1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장애인노동절’을 기념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 일대를 행진했다. 2022년 시작된 장애인노동절은 올해로 5회를 맞았다.

서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 모인 참여자들은 고용노동부에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일자리) 제도화 및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명시,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2025년 발표된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인용해, 2024년 기준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34%에 불과하며, 비경제활동인구는 약 164만 명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조항에 따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중증장애인 노동자 수가 2024년 1만 명을 넘어섰다며, 장애인 노동 처우의 불평등 문제를 비판했다.

노동, 생산·효율·경쟁에서 권리와 가치 중심으로

이날 장애인노동절에 모인 이들은 노동이 능력주의에 기반한 생산·효율·경쟁 중심이 아니라 권리와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장애인의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권리중심일자리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리중심일자리는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정부와 지자체에 ‘UN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는 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하라고 내린 권고에 따라, 최중증장애인이 직접 UN장애인권리협약을 모니터링하고 알리는 공공일자리이다.

권리중심일자리는 2020년 서울에서 시작된 이후 전국으로 확산돼, 현재는 10개의 광역지자체와 4개의 기초지자체에서 1657명의 장애인이 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박선희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회 회장은 “국가의 역할은 장애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거나 시설로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속도와 방식에 맞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리중심일자리는) 장애인이 거리에 나와 권리를 외치고, 유엔 권고사항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의 무관심을 깨우는 가치 있는 노동”이라며 권리중심일자리 제도화를 촉구했다.

한편 권리중심일자리를 처음 시작한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시위나 이런 것을 하는데 일당이 지급되는 기형적 일자리”라고 규정하며 2024년 해당 사업을 폐지했다

집회에 참여한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소장은 “우리 센터도 권리중심일자리사업을 진행했었는데, 오 시장에 의해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며, “아무런 이유 없이, 아무런 설명 없이 장애인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 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우리의 정당한 노동에 대해서 폄하하고 왜곡한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집회에 참여한 참가자가 "계속 권리중심 일하고 싶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재민
집회에 참여한 참가자가 "계속 권리중심 일하고 싶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재민
결의대회 참가자가 "돈 벌게 해주세요, 투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재민
결의대회 참가자가 "돈 벌게 해주세요, 투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재민

“정부가 모범 사용자 돼야” 강조한 이재명…장애인 일자리는?

한편 지난 2025년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11개월 15일 일한 사람에게 퇴직금을 안 주려고 계약을 종료하는 것은 정부가 부도덕한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1월에도 “정부가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1년 미만의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계약 기간에 따라 전국 지방정부 평균 생활임금(2026년 기준 254만원)의 8.5%~10%를 정액으로 지급하는 ‘공정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고용불안정성에 대해 보상하고, 공공부문의 장기 계약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들은 복지일자리 등 정부의 장애인 공공일자리가 주 14시간 이하로 운영되면서 4대 보험이나 퇴직금 적용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장애인 일자리의 고용불안 해소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지호 탈시설장애인당當 노동권 후보는 “장애인 공공일자리는 1년짜리입니다. 구청 일자리도 1년이면 끝납니다”라며 “그래서 매년 10월이 되면 우리는 잠을 못 잡니다. 올해도 일할 수 있을까? 내년에는 어디서 일하지? 잘리면 월세를 어떻게 낼지 걱정을 달고 산다”고 전했다.

이어 “비장애인 노동자에게만 노동권이 있고 장애인에게는 없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과 다르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예산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장애인노동절 집회를 마친 장애인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출발해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2026 세계노동절대회을 향해 행진했다.

결의대회 직후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사진 이재민
결의대회 직후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사진 이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