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의 의미와 과제 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들을 국내법으로 규정
장애의 사회적 개념 채택하고 법률 총괄하는 모법으로
진보적 장애운동의 성과이자 권리보장을 위한 우산

편집자 주

장애계가 염원하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됐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들을 법률로 규정하고, 권리보장을 위한 전달체계를 다룬 이 법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철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독자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이에 비마이너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의 내용을 작성하고, 제정을 위해 활동해왔던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의의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정은 시작일까, 아니면 끝일까. 이번 인터뷰 기사는 총 두 편으로 나누어 발행된다. 1편에서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갖는 의미와 성과를, 2편에서는 제정된 법의 한계와 후속과제가 무엇인지 다룬다.

중부대학교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 사진 이재민
중부대학교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 사진 이재민

지난 4월 23일 국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본 회의를 통과해 제정됐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계가 발의를 제안한 지 15년, 국회에서 발의된 지 10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2012년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2013년 한국장애인총연맹 등 장애계가 모여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를 출범했고, 2014년 성안을 마련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계의 지속적인 정책 활동을 통해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모두 포함됐다. 하지만 법안은 2017년이 되어서야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고, 이후 10년만인 2026년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정 취지는 “동정·시혜의 관점에서 권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장애 패러다임 및 복지 수요를 정책 지향점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장애인 정책에 대한 기본적 권리와 추진체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계는 무슨 이유로 이 법의 제정을 그토록 염원했던 것일까?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비마이너는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의 내용을 작성하고,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투쟁해왔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김기룡 정책위원장을 만났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국내법으로

김 위원장에게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의의에 대해 묻자 김 위원장은 쉴 틈 없이 설명해 나갔다. 그중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꼽은 의의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나와 있는 장애인의 다양한 실체적 권리를 국내법에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사항이다. 협약은 “당사국은 본 협약에서 인정되는 권리 이행을 위한 모든 적절한 법률적 조치를 채택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국내 장애 관련 법률과 정책을 협약의 조항에 비추어 검토해야 한다”라고 권고해 온 바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함에 따라 협약 이행에 한 발자국 내딛게 됐다.

김 위원장은 “UN이 협약에서 제시하고 있는 권리 목록을 각 나라의 법에 명시하라고 계속 제안을 해왔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그걸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왔던 것”이라며 “(이번 제정을 통해) 대한민국도 국내법을 정비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장애 관련 법률과 정책을 총괄하는 모법으로 기능할 것

이어 김 위원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장애 관련 법률과 정책을 총괄하는 모법으로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게 된 것 역시 높이 평가했다. 모법이란 해당 분야의 법률들의 기준이 되는 법이다.

지금까지 장애인과 관련된 법률이나 정책들은 장애인복지법에 기초해 마련되고 시행되어 왔다. 김 위원장은 “장애 관련 법이 한 20개 정도 있는데 장애인복지법이 모법의 역할을 했다”며 “(장애 관련 법이) 점점 분화되고 권리 중심 체계로 변화하고 있는데 그런 전체적인 것을 총괄하는 법체계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명시된 법이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복지법이) 제대로 된 모법의 역할을 수행해내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았다”라며 “수많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제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리중심의 어떤 모법이 필요했다”라고 의의를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장애의 개념을 사회적 장애로 명시한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를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했다. 즉, 장애가 개인에게서 기인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권리보장법에서는 장애를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정신적 특성 등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일상생활 또는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로 규정하고, 장애인은 이러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명명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결국 장애는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사회 환경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규정함으로써, 장애인의 문제 해결은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환경 제거 또는 개선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진보적 장애운동이 만들어 낸 큰 성과

김 위원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투쟁이 중요하게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2010년도에 장애등급제 폐지와 사회서비스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쳤거든요. 권리 중심 입법 체계도 그 때 요구했어요. 복지 중심의 장애인 서비스 제도라든가,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하는 데 방해물이 되었던 것들은 과감히 벗겨내고 새로운 권리 중심 체계로 만들자라는 요구가 장애인 당사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보여졌던 거거든요.”

김 위원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시작도, 그리고 제정되는 과정에서도 진보적 장애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가진 특수성에 대한 반대들도 장애운동을 통해 돌파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 제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있는 것을 가지고 와서 법 조문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할 때 ‘이건 헌법에 있는 내용인데 굳이 왜 명시하니?’라고 법률 전문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법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회에 앉아서 만들었던 다른 법과 비교하면 입법 기술적 측면에서는 별로 정합성이 안 맞거든요. 이미 헌법에 있고 다른 법에 다 규정이 되어 있는 걸 굳이 여기다 다시 명시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런데 장애인들의 존엄이라고 하는 게 거리에서나 학교에서나 항상 훼손되고 저가치화되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법 제도를 통해서 ‘아니다’, ‘그렇게 하지마라’, 장애인을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보호하고 지켜주는 (이런 것들을) 법에 명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지난 17년 동안 장애인들이 거리에서 싸우며 보여줬기 때문에, 반영시키는 힘을 행사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만든 것 같아요. 되게 웃긴 일일 수도 있는데 이런 다른 법이 없죠.”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 차별철폐에 어떤 역할을 할까?

김 위원장은 “(기존의) 장애인의 권리를 규정했던 법이 그렇게 촘촘하지 않다”라며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일종의 우산 역할을 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법에 대한 예로는 탈시설을 지원하지만 탈시설 권리는 명시하지 않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나 아예 법률조차 없는 참정권, 의사소통권, 장애여성·장애노인 등 복합차별 등에 대한 권리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이런 권리들은 기존의 입법 체계에서는 없었다”라며 “(하지만) 장애인권리보장법에는 한 줄이라도 다 명시해 놨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명시된 이 한 줄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주장하는데 주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정이나 법률 다툼에서도 장애인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다른 개별법에서는 커버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다양한 권리를 장애인권리보장법에 규정해 놓았으니 장애인들은 이걸 근거로 싸울 수 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특히 “행정기관을 상대로, 또 법원에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때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고, 한편으로는 이것을 가지고 후속 입법들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또 각 지역에서 조례나 규칙을 만드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