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65세 도래 장애인들 모여 기자회견
장애인단체, ‘공단은 대법원 판결 따라야’, ‘임시 조치도 필요’
복지부-공단 미루며 대책 없는 사이 장애인은 ‘불안’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장애인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장애인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 도래 시,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 없이 장기요양보험으로 편입되는 문제에 대한 장애인권단체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노인연대 등 장애인권단체들은 28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활동지원을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더라도 활동지원서비스와 장기요양보험 중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장애인이 65세가 되면 무조건 장기요양보험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장기요양보험 심사로 등급을 판정받으면 그 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가 아니라 가사 지원 등 집안 내 돌봄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받는다. 그리고 부족분에 대해 ‘보전급여’라는 이름으로 사회활동 등 자립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추가로 제공받는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23일 장애인권단체들의 주장대로 65세 도래 장애인의 서비스 선택권을 보장하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아래 장애인활동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법 시행은 2027년 7월로 예정되어 있고, 법 시행 전까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복지부의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한편, 단체들은 이미 대법원에서 현행 장애인활동법으로도 장애인의 선택권 보장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며 정부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2024년 대법원은 정부가 65세 도래 장애인에 대해 장기요양보험 심사를 강제하고 보전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봤다.

이유는 정부가 근거로 내세우는 장애인활동법의 활동지원 급여 신청 자격이 당사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까지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장애인활동법에는 장기요양보험급여를 수급하거나 65세에 혼자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조항을 갖추고 있지만, 65세 도래 시 반드시 장기요양보험 심사를 받고 방문요양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정부가 이 조항을 왜곡해 65세가 된 장애인들을 강제로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로 만들어 활동지원서비스 자격을 박탈한 셈이다.

이에 단체들은 지난 6일에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국회에서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왜 국민건강보험공단 찾았나?   

이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찾은 이유는 공단이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조사와 판정을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행정기관이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위법한 서비스 강제 심사 절차를 중단하고 법 시행 이전 임시 조치 도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건강보험공단에서는 활동지원제도와 법령에 대하여 임의적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단은 부처의 결정을 우선하고 있으나, 단체들은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에는 확정판결이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밖에 관계행정청을 기속한다고 명시한다”며 공단도 분명히 판결에 대한 책임을 이행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 앞에 모인 65세 도래 장애인들, “선택권 보장하라”

이날 공단 앞 기자회견에는 만 65세가 도래해 이미 서비스 선택권을 박탈당했거나, 이제 만 65세를 앞두고 조치가 필요한 장애인 당사자들이 발언에 나섰다.

한규선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장기요양으로 넘어가는 것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며 “저의 장애가 노인 장애도 아닌데 왜 장기요양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인 김홍기 씨는 최근 장애인이 65세가 되어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사실에정부를 규탄했다.

김 씨는 “장기요양을 이용해야 하는 기간 동안 기존에 내가 하고 있던 일들, 활동들이 큰 영향을 받게 될 텐데 정부는 상실한 나의 삶을 보장해줄 것인가?”라고 물으며 “우리는 분명히 요구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는 사각지대에 처한 장애인의 모든 목소리를 듣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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