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마로니에 8인 농성 17주년 맞아 결의대회 개최
17년이 지나도 같은 요구…탈시설 권리 보장 촉구
그때도, 지금도 오세훈 시장…“서울시는 탈시설 정책 복원해야”

서울시청역 환승통로 농성장에서 열린 마로니에 8인 농성 투쟁 17주년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장호경
서울시청역 환승통로 농성장에서 열린 마로니에 8인 농성 투쟁 17주년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장호경

“오늘은 선거 다음 날입니다. 장애인권리 약탈자가 5선에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17년 전 마로니에공원에서 8명의 장애인이 시설 밖의 삶을 외치며 농성을 시작한 날입니다. 마로니에 8인의 꿈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2009년 장애인거주시설에 살던 장애인들이 ‘시설 밖 삶’을 외치며 시작한 ‘마로니에 8인 농성 투쟁’이 17주년을 맞았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아래 탈연대)는 4일 서울시청역 환승통로에 설치된 ‘해고는 살인이다. 복원은 책임이다’ 농성장에서 마로니에 8인 농성 투쟁 17주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은 6.3 지방선거 다음 날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선거가 끝나도 탈시설은 끝나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 복원과 지역사회 자립생활 권리 보장 등을 촉구했다. 

마로니에 8인 투쟁 17주년…“여전히 외치는 탈시설 권리 보장”

2009년 6월 4일 장애인거주시설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 거주하던 장애인 8명이 시설을 나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외치며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시에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주거 지원과 지역사회 자립생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마로니에 8인 농성은 한국 탈시설 운동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장애인들은 마로니에 8인 투쟁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탈시설 권리보장을 위한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탈연대 공동대표이자 마로니에 농성 당사자이기도 한 김동림 대표는 “17년 전 60일간의 노숙투쟁을 통해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을 이끌어냈지만, 지금도 수많은 장애인이 보호라는 미명 아래 시설 안에 갇혀 있다”며 “더 참담한 것은 우리가 투쟁으로 만들어온 탈시설 정책이 후퇴하고, 시설을 정당화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탈시설은 동정이나 시혜가 아니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갈 당연한 권리”라며 “국가와 지자체는 시설 중심 예산을 지역사회 지원 예산으로 전환하고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한 참가자가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올린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장호경
주황색 조끼를 입은 한 참가자가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올린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장호경
결의대회 문화공연에 맞춰 참가자들이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즐기고 있다. 사진 장호경
결의대회 문화공연에 맞춰 참가자들이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즐기고 있다. 사진 장호경

그때도 오세훈, 지금도 오세훈…서울시 탈시설 정책 복원해야”

참가자들은 새롭게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마로니에 8인이 농성 투쟁을 진행했던 당시에도 서울시장은 오세훈 시장이었다.

참가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탈시설 권리 보장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24년 서울시가 장애인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등 관련 정책을 축소하고 여전히 시설 중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탈시설 권리’의 복원을 촉구했다.

이정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탈시설 지원계획을 만들라고 했던 게 17년 전인데, 우리는 여전히 장애인권리 약탈자가 시장인 날을 맞이하고 있다”며 탈시설 투쟁이 더욱더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조상지 씨가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장호경
조상지 씨가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장호경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조상지 씨도 발언에 나섰다. 조 씨는 “장애인권리 약탈자의 정치적 수명이 가까스로 연장되었지만, 그것이 권리약탈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아직도 시설에 남겨진 장애인들의 하루는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리는 선거 결과에 따라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하는 것이 아니다. 탈시설 권리의 복원은 서울시와 정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먼저 (시설에서) 나온 사람으로서 아직 나오지 못한 동료들과 함께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힘차게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탈시설은 권리다”, “복원은 책임이다”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실현될 때까지 탈시설 권리 보장과 정책 복원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