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에 맞서 시작된 전동행진
올해도 전국서 1500여 명의 시민들 모여 서울 일대서 집회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권중일자리 제도화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자”
한국재정정보원 기습 점거하기도… 2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재개

1일, 전국동행진 참가자들이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잠수교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1일, 전국동행진 참가자들이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잠수교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7월의 첫날, 예년처럼 장애인들은 어김없이 거리로 향했다. 오후 2시 더운 날씨에도 서울지방조달청 앞에는 15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전동(前動)행진’에 함께했다. 올해 전동행진에서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제도화를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전동행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활동가의 목에는 “예산 없이 권리 없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걸려있다. 사진 김소영
전동행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활동가의 목에는 “예산 없이 권리 없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걸려있다. 사진 김소영
잠수교에서 진행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권리중심일자리 제도화 촉구 결의대회’에 참가한 1500여 명의 시민들. 사진 김소영
잠수교에서 진행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권리중심일자리 제도화 촉구 결의대회’에 참가한 1500여 명의 시민들. 사진 김소영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에 맞선 전동행진의 시작

2019년 7월 1일, 31년 만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됐다. 1842일간 이어진 광화문역 지하농성의 결실을 맺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곧바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한하는 근본적인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기존의 6개 장애등급은 중·경증 체계로 바뀌었고, 활동지원시간을 산정하는 기준도 인정조사에서 서비스지원종합조사로 변경됐다. 하지만 종합조사 도입 이후 활동지원시간이 삭감되거나 서비스 이용 자격을 잃는 장애인이 잇따랐다. 이에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가짜 폐지’라고 규정하며, 장애등급제의 ‘진짜 폐지’를 요구하는 새로운 투쟁에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전동휠체어의 행진, 이른바 ‘전동행진’이다.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앞으로(前) 나아간다(動)는 뜻을 담은 이 투쟁은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았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권중일자리 제도화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자”

이날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시작된 행진은 잠수교까지 이어졌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참가자들은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잠수교를 향해 걸었고, 휠체어 바퀴를 굴렸다.

도착한 잠수교에서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및 권리중심일자리 제도화 촉구 결의대회’가 이어졌다.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오랫동안 많은 투쟁을 해왔다. 그 결과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장애등급제 폐지를 선언했지만, 장애등급제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으며, 장애를 의학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구조도 그대로다. 왜 우리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조사관에게 애걸해야 하는가”라며 “이제는 이재명 정부에서 장애등급제를 끝장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더욱 힘차게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7월 1일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날인 동시에, 2020년 서울시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시범사업이 처음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이영봉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대표는 “그동안 중증장애인이 노동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노동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놓고 중증장애인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만들고, 그다음 노동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런 현실 속에서 만들어진 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가와 지자체가 함부로 없앨 수 없도록 전국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1만 명을 만들어내자. 끝까지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한국재정정보원을 기습 점거한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한국재정정보원 기습 점거하기도… 2일, 출근길 지하철 다시 나선다

일부 활동가들은 오후 6시경 기획예산처 산하 공공기관 한국재정정보원이 있는 건물 1층 로비를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보장하라”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친 채 “예산 없이 권리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이어갔다.

약 1시간 10분간의 점거 끝에 활동가들은 기획예산처 관계자와 오는 8일 오후 2시 면담을 진행하기로 약속한 뒤 해산했다.

이날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시청까지 행진 후 서울시청역에서 1박 노숙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2일 오전 8시에는 서울시청역에서 ‘6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