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토론 거쳐 최종 가결된 장애인고용촉진 조례 개정안
장애인들의 오랜 투쟁 끝,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적 근거 마련
‘이동편의’에서 ‘이동권’으로… 장애인 이동권 명시
장애인들, 조례 통과 환영… “오세훈·국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왜곡 말라”

11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과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 장애인의 이동권과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 표결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찬성·반대 의원의 이름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 표결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찬성·반대 의원의 이름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김소영

찬반 토론 끝 최종 가결된 장애인고용촉진 조례 개정안

이날 열린 제12대 서울특별시의회 제33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장애인고용촉진 조례 개정안은 재석 의원 108명 중 찬성 69명·반대 37명·기권 2명으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조례 개정안은 재석 의원 101명 중 찬성 99명·반대 0명·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장애인고용촉진 조례 개정안 표결에 앞서, 사전에 토론을 신청한 의원들의 찬반 토론이 진행됐다. 반대 토론에는 이종민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 토론에는 김명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이종민 의원은 “이번 조례 개정안의 실체는 시민의 혈세로 특정 단체의 시위 활동을 영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전장연 맞춤형 특혜 조례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사실상 집회·시위 동원 사업이라는 점, 특정 직무에 한정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중증장애인이 집회·시위에 동원될 경우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특정 단체가 아닌 장애인 전체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희 의원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의미와 본질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존 법과 조례에서 수혜 대상에 머물렀던 중증장애인을 노동의 주체로 세우고 노동권을 제도적으로 인정한다는 점, 장애인 노동의 개념을 경제적 이익 창출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로 확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한 조례안에는 특정 단체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며, 조례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본래 취지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토론에 나서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종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토론에 나서고 있다. 사진 김소영

개정 통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법적 근거 마련… ‘이동권’도 명시

이날 통과된 장애인고용촉진 조례 개정안에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고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장애인 인식개선과 문화·예술 활성화, 권익옹호 활동 등을 수행하는 공공일자리’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가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으로 추진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상임위원회 심사에 앞서 원안에 담겼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및 1년 이상의 고용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이 삭제되면서, 최종 개정안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조례 개정안은 이번 개정을 통해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조례」로 조례명이 변경된다. ‘이동편의’ 대신 ‘이동권’을 명시함으로써 장애인의 이동을 시혜적인 편의 제공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할 기본권으로 규정한 것이다.

조례안에는 서울시 저상버스 예외노선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특별교통수단의 차량별 일일 운행시간을 16시간 이상 보장할 수 있도록 운전원을 확보하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시의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시의회 본관 앞에서 150여 명의 장애인이 조례 개정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시의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시의회 본관 앞에서 150여 명의 장애인이 조례 개정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조상지 서울탈시설장애인당 대표가 AAC(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왼손을 주먹 쥔 채 높이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김소영
조상지 서울탈시설장애인당 대표가 AAC(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왼손을 주먹 쥔 채 높이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김소영

장애인들, 조례 통과 환영…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왜곡 말라”

서울시의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시의회 본관 앞에서는 150여 명의 장애인이 조례 개정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조례 개정안이 잇따라 가결되자 장애인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왜곡하고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폄훼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울시가 사업을 폐지하기 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했던 조상지 서울탈시설장애인당 대표는 “나 같은 중증장애인은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돼 왔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장애인이 시설을 경험했고, 지금도 시설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버는 활동 그 이상이었다. 없었던 자신감을 만들어줬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며 “그런데 서울시와 국민의힘은 이런 일자리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을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사회에 참여하고, 일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으로 본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 역시 시민으로서의 활동이며 노동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그런데 서울시와 국민의힘은 권익옹호 활동을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노동자였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전장연 일자리’라는 말로 낙인찍지 말라”며 “우리는 누군가에게 동원되기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아니다.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는 일을 했고, 우리의 노동으로 사회의 편견을 바꾸는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례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서울시는 예산을 반드시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의대회 이후, 조례 개정에 따른 예산 편성을 서울시에 촉구하며 서울시청까지 행진했다. 이어 시청 앞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서울시 내 모든 자치구에 제도화하기 위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순회투쟁’을 선포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제도화하기 위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순회투쟁’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제도화하기 위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순회투쟁’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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