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당사자·장애인단체, 국회 앞에서 법 제정 촉구
탈시설지원법안, 2041년까지 시설폐쇄·지역사회 자립 지원 담아
반복되는 시설 학대, 국가·지자체 책임 규명할 국정조사 요구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탈시설지원법안)이 발의된 지 1년을 맞은 1일, 국회 앞에 선 탈시설 당사자 박초현 씨는 법 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탈시설지원법안이 발의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설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1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보내야 하는 또 다른 1년입니다. 국회는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아래 탈연대) 등 장애인단체들과 탈시설 당사자들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반복되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참사를 해결하고 장애인의 탈시설을 권리로써 보장하기 위해 탈시설지원법안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시설의 구조적 학대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실패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라고 요구했다.
탈시설지원법안 발의 1년…시설 수용 종식 담은 법안, 여전히 계류 중
탈시설지원법안은 지난해 10월 1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 국회의원 39명이 발의했다.
총 6장 54개 조항으로 구성된 탈시설지원법안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모든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시설 수용을 종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안이 규정한 ‘장애인생활시설’의 범위도 장애인거주시설뿐 아니라 장애인·정신질환자가 거주하는 모든 시설로 확대했다.
법안은 시설의 신규 설치와 신규 입소·전원을 금지하고, 시설을 단계적으로 줄여 2041년까지 폐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적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을 이유로 자립생활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는 원칙도 명시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강화했다. 시설 거주인의 가족에게 부양의무를 요구하지 않고 필요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며, 시설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한 국무총리 소속 중앙장애인탈시설위원회와 지자체 소속 지역장애인탈시설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안은 발의된 지 1년이 지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3월 10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지만, 이날 회의에서 법안의 내용과 쟁점에 대한 별도의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 계류된 1년…멈추지 않은 시설 참사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법안이 계류된 1년 동안에도 장애인거주시설의 인권참사는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색동원, 태연재활원, 한길마을, 예가원 등에서 성폭력과 폭행을 비롯한 인권침해가 잇따라 드러났지만, 피해자가 해당 시설에 남거나 다른 거주시설·정신병원으로 전원되는 현실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제정된 법률만으로는 시설 중심의 체계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제19조에 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위한 탈시설화를 명시했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도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탈시설지원법의 제정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유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탈시설지원법이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인권침해 시설을 폐쇄하며, 피해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탈시설에 대한 우려로 제기돼 온 가족의 부양 부담과 시설 노동자의 고용 불안에 대한 대책도 법안에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전 활동가는 법안에 담긴 지원과 대책을 현실화하기 위해 국회가 반드시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장애인거주시설의 구조적 학대에 대한 국정조사도 요구했다. 지난 4월 서미화 의원 등 국회의원 114명이 제출한 ‘장애인거주시설 구조적 학대 및 관리·감독체계 실패에 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라는 것이다.
박초현 탈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는 시설 인권침해를 개별 가해자 처벌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시설의 이름만 바뀌고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이것은 한 사람, 한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설의 구조적 학대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실패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