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넘어 권리로… 한국피플퍼스트 “발달장애인법 새롭게 바꾸겠다”
자기결정부터 지역사회 삶까지… 발달장애인 권리 10개 영역 담아
발달장애인 300여 명, 국회에 모여 피플퍼스트법 제정 촉구
김예지 의원 “개정안 함께 만들고 발의하겠다”

국회 본청 앞에서 “우리가 만든 피플퍼스트 선언, 피플퍼스트법으로 제정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는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 사진 김소영
국회 본청 앞에서 “우리가 만든 피플퍼스트 선언, 피플퍼스트법으로 제정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는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 사진 김소영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우리는 발달장애인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눈치 보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조금 느리다고, 말을 잘 못한다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결정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설명하면 됩니다. 우리가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우리가 함께 모이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이 직접 만든 조직도 필요합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발달장애인에 관한 법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 때 우리 없이 결정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13회 한국피플퍼스트대회 2일 차인 2일, 발달장애인 300여 명이 국회 본청 앞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을 돌봄과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자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인정하는 「피플퍼스트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2일 오전 10시, 발달장애인 300여 명이 국회 본청 앞에 모여 피플퍼스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본청 계단 가운데에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피플퍼스트법을 제정하라!”라고 적힌 큰 현수막이 있다. 사진 김소영
2일 오전 10시, 발달장애인 300여 명이 국회 본청 앞에 모여 피플퍼스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본청 계단 가운데에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피플퍼스트법을 제정하라!”라고 적힌 큰 현수막이 있다. 사진 김소영

돌봄 넘어 권리로… 한국피플퍼스트 “발달장애인법 새롭게 바꾸겠다”

앞서 한국피플퍼스트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국회 소통관에서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피플퍼스트법 제정 추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현행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법)을 전부개정해 피플퍼스트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기백 한국피플퍼스트 대표 권한대행은 “우리나라에 있는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실제로는 권리보다 돌봄에 관한 지원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법이 만들어졌을 때 ‘우리 삶이 좋아질 것이다’, ‘권리 보장이 잘될 것이다’라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면서 발달장애인의 삶보다 돌봄과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데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발달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왜 우리를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발달장애인법을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으로 바꿀 것이다. 더 이상 발달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이나 지원이 없으면 위험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자 생각과 감정을 가진 사람,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을 새롭게 만들겠다”며 “오늘 이 자리를 시작으로 제22대 국회에 피플퍼스트법 제정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이름을 기억하라! 장애 대신, 우리의 이름으로!”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는 한국피플퍼스트대회 참가자들. 사진 김소영
“모든 이름을 기억하라! 장애 대신, 우리의 이름으로!”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는 한국피플퍼스트대회 참가자들. 사진 김소영
“나도 평범한 하루를 내 선택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는 한 참가자. 사진 김소영
“나도 평범한 하루를 내 선택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는 한 참가자. 사진 김소영

자기결정부터 지역사회 삶까지… 발달장애인 권리 10개 영역 담아

한국피플퍼스트가 요구하는 피플퍼스트법은 자기결정과 당사자 주도를 법의 중심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의 결정을 위해 필요한 정보와 선택지, 충분한 시간과 설명을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자신과 관련된 정책을 함께 결정하고 그 이행 과정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사람으로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 △자신의 삶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권리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설명을 들을 권리 △어디에서 누구와 살지 스스로 결정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권리 △사랑하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몸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폭력과 학대로부터 안전하고 사법절차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을 권리 △교육·이동·건강·문화 등 모든 생활 영역에서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할 권리 △정치에 참여하고 자신과 관련된 정책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 △스스로 단체를 만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 등 10개 영역으로 구체화했다. 또한 장애 정도나 의사표현 능력, 거주 형태를 이유로 권리를 다르게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발달장애인이 대표와 의사결정기구의 과반수를 구성하고 직접 운영하는 당사자단체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발달장애인들은 김예지 의원에게 직접 피플퍼스트법 제정 요구안을 전달했다. 김 의원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발달장애인법”이라며 “여러분의 심부름을 받아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눈치 보거나 주눅 들지 않고 모든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께 법안을 만들고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게 피플퍼스트법 제정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는 김기백 한국피플퍼스트 대표 권한대행. 사진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