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펼쳤던 장애단체가 ‘법정·비법정 장애단체 차별책동 박능후 장관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장애인활동가들은 박능후 장관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사회보장위원회에 진입하려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활동가를 둘러싸고 있는 경찰의 모습. 사진 박승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비법정단체 망언’에 장애인들이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다.
2일, 오전 10시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단체가 ‘법정·비법정 장애단체 차별책동 박능후 장관 공개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앞둔 지난 6월 25일,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기자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 이전에 장애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법정단체와 비법정단체를 구분 짓고, 마치 비법정단체가 장애인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시 박 장관은 “(5개 법정단체의 공통된 요구는) 소위 말하는 비법정단체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시위를 한다거나 과도한 의견표출을 하는데, 그러한 의견표출에 정부가 너무 경도되지 말고 균형 있게 기존의 법정단체를 중심으로 대표성 있는 단체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날 박 장관은 구체적인 단체명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장관이 비법정단체라고 지목한 장애단체는 전장연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임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이들 단체는 장애대중투쟁을 기조로 지난 10년간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단체다.
이에 ‘비법정단체’로 지목된 한자협과 전장연은 26일, 28일 각각 성명서를 내고 7월 1일 오후 8시까지 박 장관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아무런 답변이 없자 이들 단체는 “박 장관의 발언은 장애인 단체끼리 분열을 책동하고 차별하는 발언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박 장관이 공개사과할 때까지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한다고 선포했다.
2일 새벽,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펼쳤던 장애단체가 ‘법정·비법정 장애단체 차별책동 박능후 장관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장애인활동가들은 박능후 장관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사회보장위원회에 진입하려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사회보장위원회 앞에 앉아 있는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박승원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우리가 무려 10년 이상을 싸워온 투쟁의 결과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여서 더욱 화가 난다”며 “우리는 사회적 약자라서 차별받고 있는데 이제는 비법정단체라고 이중으로 차별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도연 광주장차연 활동가는 “현재 박능후 장관이 그 자리에 있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광화문 지하에서 투쟁했다”며 “그 투쟁으로써 지금 복지부가, 복지부 장관이 할 일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만들었다”고 의미를 짚었다. 그러면서 “정치 술수 중에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라’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 복지부 장관은 우리를 ‘비법정단체’라고 규정하며 낙인을 찍고서, 우리에게 말할 자격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우리가 정부에 하는 요구가 그들에게 얼마나 뼈아팠으면, 대화 상대에서도 배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일갈했다.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소장은 “복지부 장관이 ‘비법정단체의 말에 경도되지 말자’는 말을 했는데, ‘경도된다’는 말은 감동을 받아서 열중하다이다. 그런데 정부가 언제 우리들의 말에 ‘경도’된 적이 있었냐”며 “그럼에도 비법정단체인 전장연과 한자협이 장애등급제 폐지와 활동지원제도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이끌었다”며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을 바꿔온 것은 바로 ‘비법정단체’라고 강조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법정·비법정 장애단체 차별책동 박능후 장관 공개사과’ 기자회견에서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이날 참가자들은 박 장관에게 공식사과와 함께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는 “우리는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하자고 주장한 것뿐인데, 박능후 장관은 우리를 ‘비법정단체’로 몰아세우며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박능후 장관의 사과를 받고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굳건히 투쟁하자”며 결의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가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1842일간 싸웠던 경험을 발판삼아 1년이든, 2년이든 싸워야 복지부가 다시는 망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사과도 받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대화도 하자”고 독려했다.
한편, 사회보장위원회에서 1박 노숙농성을 펼쳤던 장애인활동가들은 새벽 6시경부터 박능후 장관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장애인활동가들은 박능후 장관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사회보장위원회에 진입하려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경찰은 “출입을 방해하고 있어 시민이 들어가지 못해 사법조치가 될 수 있다”며 휴대폰을 이용해 채증을 했다. 이에 장애인활동가들은 “시민을 정하는 기준이 뭐냐”며 대치했지만, 결국 사회보장위원회 건물로는 진입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화장실 출입조차 허용하지 않아 중증장애남성 활동가가 용변을 참지 못하고 현장에서 소변을 보는 일이 발생해 향후 인권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기자회견에서 장미자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안동지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사회보장위원회 건물 앞에 세워진 천막 농성장 모습. 사진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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