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생활 예산, 4조 원으로 확대해야” 충정로 8차선 도로 점거한 장애인들

by 김포야학 posted Aug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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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립생활 예산, 4조 원으로 확대해야” 충정로 8차선 도로 점거한 장애인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위해 장애인예산 두 배 확대 요구 
종합조사 모의평가 시행 하루 전날 취소 통보한 복지부, 장애계는 분노
 
등록일 [ 2019년08월02일 00시32분 ]
 
 

1564673299_92296.jpg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활동가 백여 명이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한 달째인 8월 1일,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2020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를 위한 집중집회를 열었다. 사진 박승원
 

1564673548_71501.jpg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활동가 백여 명이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한 달째인 8월 1일,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2020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를 위한 집중집회를 열었다. 사진 박승원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모의 평가 약속 지켜라.” 

 

폭염과 습기로 가득한 아스팔트도로에 활동가들이 스프레이를 이용해 커다랗게 썼다. 그 도로 위에 노란색 철제 사다리를 목에 건 중증장애인 활동가 백여 명이 쇠사슬로 자신의 몸과 휠체어, 사다리를 동여매고선 버티어 섰다. 그 주변을 장애인 활동가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경찰이 에워쌌다. 그렇게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 8차선 도로가 통제됐다. 가던 길을 더 이상 갈 수 없게 된 버스와 자동차의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1564673353_70909.jpg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활동가 백여 명이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한 달째인 8월 1일,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2020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를 위한 집중집회를 열었다. 사진 박승원

- 내년 장애인예산안, 올해 증액 수준에도 못 미쳐… 장애계는 “사기 행각” 분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소속 활동가 백여 명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한 달째인 8월 1일,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2020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를 위한 집중집회를 열었다. 

 

지난 7월 1일, 31년간 장애인을 낙인찍는 장애등급제에 대한 단계적 폐지가 시행됐다. 그러나 실질적 변화를 이끌만한 정부의 예산 반영은 없는 상태다. 올해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총예산은 2조 7,772억 원이다. 내년 예산으로 복지부는 올해보다 19%(5,328억 원) 증가한 3조 3,100억 원을 편성한 상태다. 그러나 이는 올해 예산 증액률 25.3%(5,559억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장애계는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보장 정책의 변화와 예산 반영이 없다면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사기행각에 불과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2022년까지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의 장애인복지예산이 확대되어야 하며, 예산 확대의 방향 속에서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가 도입되고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1564673370_95864.jpg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활동가 백여 명이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한 달째인 8월 1일,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2020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를 위한 집중집회를 열었다. 사진 박승원
 

- 장애계, 올해 자립생활 예산 1조 8770억 원에서 내년 4조 189억 원으로 증액 요구 

 

이날 장애계는 ‘거주시설 등 장애인을 배제하는 정책 예산’을 제외한 ‘장애인 자립생활’ 관련 복지부 예산이 현재 1조 8770억 원에 불과하다면서, 내년에는 이보다 두 배가량 증액된 4조 189억 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증액요구안으로는 △장애인연금 8412억 원(올해 7197억 원→내년 요구안 1조 5610억 원) △장애인활동지원 9948억 원(1조 34억 원→1조 9983억 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1180억 원(195억 원→1375억 원) 등이 있다. 또한, 신규로 탈시설 지원 예산 626억 원 책정을 요구했다. 

 

복지부 장애인예산 중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예산은 장애인연금과 활동지원서비스다. 이중 장애인연금 관련하여 장애계는 장애인소득 보장을 위해 수급 대상자를 현행 중복3급에서 3급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때 대상자가 현행 36만 3천 명에서 65만 명으로 두 배가량 늘기에 예산 역시 두 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예산 확대는 불가능하다며, 중복 3급까지 지급하는 현행 방침을 내년에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활동지원예산 관련하여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개인별 지원서비스 확대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 수와 평균 시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용자 수 8만 1000명→10만 명 △월 서비스 평균 시간 109.8시간→150시간 △수가 12960원→16570원으로 확대를 요구했다. 더불어 자부담폐지,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 하루 24시간 보장도 주요 요구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도에 이용자 수는 고작 7000명 증가한 8만 8000명을, 시간은 현재 109.8시간에서 127.14시간으로, 단가는 900원 인상한 13860원으로 책정한 안을 내놓은 상태다. 

 

더불어 장애계는 고용노동부에는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13억 원→89억 원)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32억 원→89억 원) 등 올해 예산 214억 원에서 152억 원 증액된 366억 원을,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장애인 문화예술 공공일자리로 44억 원 신규 책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현수 전장연 정책조직실장은 “올해 7월 1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장애인연금 대상도 1~3급까지 확대되어야 하지만 정부는 내년에도 여전히 1~중복3급까지만 지급하겠다고 한다”면서 “복지부는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데 장애계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복지부는 예산을 확대하고 싶지만, 기획재정부가 승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복지부가 정말 장애인예산 확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장애계와 함께 싸워주길 바란다”면서 “장애인예산을 기만하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도 반드시 만나야 할 대상이다. 조만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는 집을 찾아갈 예정”이라며 대대적인 투쟁을 선포했다.

 

1564673442_40579.jpg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활동가 백여 명이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한 달째인 8월 1일,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2020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를 위한 집중집회를 열었다. 사진 박승원
 

1564673515_38001.jpg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활동가 백여 명이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한 달째인 8월 1일,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2020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를 위한 집중집회를 열었다. 사진 박승원
 

- 종합조사 모의평가 시행 하루 전날 취소 통보한 복지부, 장애계는 분노 

 

이날 집회 참가자 백여 명은 대대적인 장애인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충정로 8차선 도로를 점거했다. 이들은 사다리와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은 채 “예산 반영 없는 등급제 폐지는 가짜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고 외쳤다. 

 

또한, 복지부는 8월 1~2일에 종합조사표에 대한 장애계 모의평가 시행을 약속했음에도 하루 전날 돌연 취소하여 장애계의 강한 분노를 사기도 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복지부의 기만적인 태도를 규탄하며 종합조사표 모의평가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지난 4월, 복지부는 기존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588명에게 종합조사표 조정안 모의 적용 결과, 평균 7.14시간의 활동지원시간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장애계 자체 모의평가 결과는 달랐다. 기존 이용자 2345명 중 867명(34.4%, 탈락자 176명 포함)의 급여가 감소하거나 삭감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의문을 제기하며 588명 모의평가의 구체적 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끝끝내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한자협은 6월 14일 사회보장위원회를 기습 점거하여 한자협 소속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모의평가를 제안했다. 9시간가량의 점거 투쟁 결과, 복지부는 8월 1~2일 12명에 대한 모의평가 진행을 약속했지만 하루 전날인 7월 31일, 복지부는 돌연 취소를 통보했다. 

 

취소 사유에 대해 복지부는 1일 오후 4시경 한자협 측에 보낸 공문에서 “7월 1일 이후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이미 시행 중에 있기에 모의평가의 실질적인 의미가 퇴색하였다”면서 “이에 따라 갱신 주기가 돌아온 장애인에 대한 실제조사를 통한 모니터링을 분석·검토하여 논의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되는바, 전향적인 검토를 요망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복지부의 태도에 한자협 측은 “장애인을 기만하는 것”이라면서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점거를 이어나갔다. 오후 7시가 넘은 시각, ‘내일(2일)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 면담 약속’을 받아내면서 이들은 두시간 가량 이어진 도로점거를 풀었다. 

한편, 이들은 지난 6월 25일 장애등급제 폐지를 알리는 정부 브리핑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장애인단체를 법정·비법정 단체로 나누는 발언을 계기로 지난 7월 1일부터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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