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에 이어 하태경도 ‘벙어리’ 장애인 비하 발언, 인권위에 진정 당해

by 김포야학 posted Aug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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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에 이어 하태경도 ‘벙어리’ 장애인 비하 발언, 인권위에 진정 당해
끊임없는 비하 발언에 분노한 장애계 ‘국회는 공식 사과하고 인권 교육받아라’
 
등록일 [ 2019년08월16일 15시47분 ]
 
 

1565948536_63484.jpg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장애인시민사회단체가 16일 오전 인권위 진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를 촉구했다. 사진 박승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의 질서유지를 감독하고 국회를 대표하는 문희상 국회의장도 함께 진정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7개 장애인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전 인권위 진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를 촉구했다.

 

1565947555_23657.jpg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장애인시민사회단체가 16일 오전 인권위 진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를 촉구했다. 사진 박승원
 

지난 7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라며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장애계는 장애인 비하 발언에 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9일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진행했다.

 

그러한 와중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조롱해도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라는 글을 게시해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이러한 논란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야당 대표가 벙어리라고 비판하니 왜 벙어리가 되었는지 따져 보지는 않고 관제언론은 벙어리를 ‘장애인 비하’라고 시비만 한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세상이 됐다”라며 장애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고 이어갔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월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이미 인권위에 진정되어 있어 이번 진정에서는 제외됐다.

 

1565947594_64887.jpg이종운 서울장차연 대의원이 수어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청각장애인 이종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은 “얼마 전 장애계와 함께 ‘벙어리’ 발언을 한 황교안 대표가 있는 자유한국당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하고 문전박대만 당했다. 더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태경 최고위원은 ‘꿀 먹은 벙어리’ 발언을 했다”라며  “그들은 장애 인권 감수성이 전혀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어를 언어로 사용하는 농인 송지은 씨는 “황교안 대표의 벙어리 발언을 보았을 때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아이를 쳐다보았다”라며 “청인인 우리 아이는 나이가 어려 아직 벙어리라는 말의 의미를 명확히 모르겠지만, 순간 너무 놀라고 슬펐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다른 사람을 비하하기 위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후벼 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금 당장 사과하라”고 외쳤다.

 

시각장애인인 오병철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약 30년 전 눈이 나빠져 시각장애를 안고 살 때도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들으며 마음의 상처를 받아야 했다”라며 “지금도 정치인이 ‘외눈박이’라고 표현하는 등 시각장애인 비하를 서슴지 않는 걸 보면 장애인을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분개했다.

 

이어 오 소장은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법 32조 괴롭힘 등의 금지에 대한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라면서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스스로 위법행위를 하는 꼴이다. 국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머릿속에 지식만 쌓을 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를 위해 행동하는 지성인이 될 수 있도록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65947622_88216.jpg이들은 장애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반복하는 국회에 경고장을 날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진 박승원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국회의원들이 계속 장애인 비하를 서슴지 않고 반복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의 자질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장애를 정체성으로 삼는 사람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 때문에 죽기도 살기도 한다. 이에 문 국회의장도 함께 인권위에 진정한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 상임대표는 “인권위는 혐오 사회를 극복하고 공존의 장을 만들어가는 취지로 2월 20일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라고 소개하며 “하지만 지금까지도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혐오차별을 조장한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인권위는 국회의 장애 비하 발언이 차별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강력한 시정 권고를 내려야 한다”라며 “오늘 진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것에 사과하고 태도를 고칠 때까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관한 공개사과 △국회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장애인 인권침해에 관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공개사과 △국회의원과 당직자 전원에 관한 장애인 인권교육 시행 △국회 모욕비하 표현에 관한 인권가이드 수립  △차별행위에 대한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를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라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제출했다.

 

1565940302_97969.jpg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국회 등 정치권의 장애 비하발언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과와 교육을 요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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