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수학교 교실 칠판. “소리 지르면 운동장 걷기를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사진 박승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발달장애 학생의 도전적 행동과 관련해 교육부장관에게 매뉴얼 마련, 외부 전문가 조력, 개별화교육 개선 등을 권고했다. 도전적 행동은 발달장애인이 자기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거나 해를 가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권위는 장애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들이 발견된 A 특수학교를 직권조사했다. 인권위는 발달장애학생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조치의 적절성,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아래 학폭위) 심의 시 장애학생에 대한 외부전문가 조력, 발달장애학생의 개별화교육계획 수립∙실시의 적절성 등을 조사했다.
- 발달장애 학생 등 도전적 행동에 대해 구체적 대응 매뉴얼 마련 권고
인권위는 발달장애학생의 도전적 행동에 관한 조치에 대해 “학교 교사들은 피해자들의 도전적 행동에 바로 신체적 제압을 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발달장애 학생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신체적 개입은 불가피한 상황에 한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라면서 “하지만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장애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한 판단 기준과 방법, 이행 절차 등이 수립되어 있지 않고 도전적 행동 유형별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영국 보건부와 발달장애인협회가 마련한 세부지침에 의하면 “신체적 개입은 도전적 행동이 이용자와 다른 이용자, 종사자 등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 한해 시행되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최소한의 필수적인 신체적 개입만을 사용해야 하고, 반드시 훈련된 종사자에 의해 시행되어야 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교육부장관에게 특수학교 교육현장에서 도전적 행동에 대해 사례별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 마련을 권고했다.
-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시, 장애학생에게 외부 전문가 조력 보장해야
현재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은 학폭위 위원에 학교폭력 예방 및 청소년보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임명하거나 위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 특수학교는 학폭위 외부 위원으로 학교전담 경찰 외에는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지 않았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김아무개 학생(남, 당시 9세)은 하교 시간인 오후 세 시쯤 교실에서 교사에게 도전적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목을 조이고 바닥에 눕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 김 학생이 학폭위 심의에 가해자로 참석했을 당시, 그 자리에 담임교사 외에 발달장애 특성을 잘 이해하는 외부 전문가 위원은 없었다.
따라서 인권위는 “발달장애 학생이 학교폭력의 가∙피해자로 참석하는 경우, 학폭위 심의 과정에 발달장애를 이해하는 외부 전문가의 조언이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위원을 구성하거나 전문가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 발달장애학생 도전적 행동에 관한 구체적 지원방법 포함한 ‘개별화교육’ 마련해야
현재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등은 개별화교육계획에 특수교육 대상자의 인적사항과 특별한 교육지원이 필요한 영역의 학습수행수준,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계획 및 제공할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의 내용과 방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특수학교의 경우,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교과 중심으로 입력하게 되어 있어 발달장애 학생의 행동을 중심으로 기록하기 어려워 학습발달특성, 행동수정 내용, 신변처리 부분, 식생활 습관, 장애특성 등의 개별화교육계획은 별도의 협의록에 기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A 특수학교의 개별화교육계획은 계획안에 구체적인 지원방법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발달장애 학생에게 적합한 개별화교육계획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교육부장관에게 “발달장애 학생의 행동 특성이 나타나는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해 구체적 지원방법이 포함되도록 개별화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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