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장애계의 정책요구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며 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2일 오후 5시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내년도 장애인 예산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90분간 진행된 간담회는 이 도지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이들 단체는 지난 17일 이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기습 피켓 시위를 한 바 있다.
- 이 도지사 “시설 축소는 정부의 기본 방침, 경기도도 탈시설 해야”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강조하며 △장애인 탈시설 및 자립생활 권리 △장애인 활동지원 권리 △장애인 노동권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2019년 기준으로 경기도 내 장애인거주시설은 31개, 입소자는 6,111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이 도지사는 장애계의 탈시설 및 자립생활 요구에 대해 대체로 동의했다. 이 도지사는 “서울은 시설 입소자격이 강화되어 탈시설을 압박하고 있는데, 경기도는 자격을 강화하지 않아 서울의 장애인들이 경기도 시설로 입소하고 있다. 이는 옳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시설을 축소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경기도도 자립지원을 통해 탈시설을 해야 하는데, 그 관리나 기준이 헐렁해서 (시설 입소자가) 자꾸 늘어나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시설 신규 입소 금지의 필요성에 동의를 표했다.
인권침해가 있던 경기도 오산시 ‘성심동원’ 거주인들의 탈시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경기장차연은 성심동원 자립생활주택 25채 운영비와 5채 설치비를 요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경기도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예산을 약속하지 않아 탈시설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올해 장애인거주시설인 ‘루디아의 집’ 전원 탈시설 조치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도지사는 “성심동원에 있던 장애인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들었다. 오산시나 다른 시군에서 집을 마련하지 않아서 예산집행을 못 했다”라며 “시군에서 이들을 받아줘야 하는데 못 받겠다고 하면 갈 수가 없지 않나. 서울은 서울시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시장, 군수에게 그렇게 할 수 없다.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답했다. 자립생활주택 예산은 도비 30%, 시군 70%의 매칭으로 이뤄지는데 시군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장애계는 주택과 생활지원서비스가 결합한 주거모델인 지원주택 또한 경기도에 요구했다. 이들은 지원주택 조례 제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또한 박 대표는 코로나 상황에서 해외는 ‘긴급 탈시설’을 추진했던 반면, 한국의 경우 시설을 통째로 ‘코호트 격리’했던 점을 지적하며 해외처럼 긴급 탈시설을 위한 체계 마련을 경기도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도지사는 “장애인을 차별해서 위험하다고 못 나가게 하면 감금이 아닌가. 평소에도 탈시설이 쉽지 않은데,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 긴급하게 탈시설을 하려 해도 정착할 곳을 구할 방법이 없어 어려울 것”이라고 공감했다.
- 비효율적인 특별교통수단 개선 요구에 “바우처택시 강구하겠다”
경기장차연은 이동권과 관련해 경기도 31개 시군을 연결하는 특별교통수단 통합운영 체계 마련과 저상버스 도입을 주요하게 요구했다. 경기도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권달주 경기장차연 대표는 “저희는 10년 전에도 요구한 주장을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오히려 줄었다. 경기도가 가장 광범위한 지역인만큼 이동권이 중요하다. 의지를 가져달라”라고 요청했다.
특별교통수단의 원활한 배차를 위해 휠체어·비휠체어 이용자를 구분해서 운영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도지사는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다른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처럼 비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바우처택시를 강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 중증장애인 310명에 대한 ‘권리중심형 공공일자리 사업’ 추진에 대해 이 도지사는 사전 기초조사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도지사는 “시범사업이라고 하지만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닌, 선정된 사람만 혜택을 보게 되면 나머지는 화날 것 아닌가”라며 “대상자 및 희망자 등 잠재적 수요자에 대한 기초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 왜 최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만 65세 이상 활동지원은? “필요한 대상자에 한해 추진하겠다”
아울러 경기장차연은 만 65세 이상 중증장애인 20명에 대한 활동지원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도지사는 응급으로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에 한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도지사는 “65세 이상 장애인 활동보조를 정부에서 못하니까 경기도가 하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재정이 불가능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 경기도 장애인정책의 큰 방향에 맞춰서 효율적인 정책이 있으면 시행하고, 예산상 부담이 크지 않으면 세계적인 장애인 정책에 맞춰서 할 수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보다 내가 더 잘해야지”라며 “전부는 할 수 없고 응급으로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에 대해서는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장차연은 경기도 예산안이 의회로 넘어가는 11월 11일 전에 다시 한번 만나 협의할 예정이다. 간담회가 끝난 뒤 박 대표는 “처음 내년도 예산안을 제시했을 때 경기도가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지만, 면담을 통해 많은 부분이 수용 입장으로 변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이 도지사가 큰 틀에서 탈시설과 같은 장애인정책에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예산을 반영해 수용할지는 협의를 통해 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