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년도 권리중심 일자리 예산 반 토막 냈다 슬그머니 되돌려
서울시엔 지급되는 퇴직금, 경기도는 ‘행정 절차상 안 된다’ 핑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에 집중하는 사이, 경기도가 권리중심 일자리 예산을 삭감하는 등 장애계와의 약속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15일, 오후 4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 등은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을 찾아가 규탄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기도는 지난 5월부터 최중증 장애인의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한 ‘2021년 경기도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권리중심 일자리는 중증장애인에게 참여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권리중심 일자리를 도입한 곳은 서울과 경기도뿐이다.
중증장애인들은 권리중심 일자리를 통해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 △문화예술 활동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 업무를 한다. 현재 경기도에서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 중증장애인은 총 25명이다.
이재명 도지사는 지난 9월, ‘경기도 탈시설 권리선언문’을 통해 ‘권리중심 일자리를 통해 중증장애인에게 참여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향상시킴으로 지역사회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22년에 권리중심 일자리 고용 인원을 2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돌연 예산이 부족하다며 200명이 아닌, 100명으로 내년도 예산규모를 대폭 축소해버렸다.
권달주 경기장차연 대표는 “이재명 도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 그런데 이 도지사가 약속했던 것과 달리, 권리중심 일자리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반토막 내려고 한다”며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 때 일자리가 없으면 사회활동을 하기 힘들다. 권리중심 일자리가 확대되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장차연이 오늘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경기도는 14일 저녁 갑자기 권리중심 일자리 예산을 200명 규모로 늘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권리중심 일자리 참여자들의 업무기간 보장과 퇴직금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경기도는 지난 5월부터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을 시작해 참여자들과 7개월 동안 업무 계약을 맺었다. 내년부터는 시범사업이 끝나고 본 사업이 시작된다. 12개월의 업무기간 및 1개월의 퇴직금을 보장하는 게 사업의 연속성과 취지에 부합한다. 하지만 경기도는 지방보조금법에 따라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를 내년에나 열 수 있기 때문에 1월부터 업무 시작은 불가능하고, 이에 따른 퇴직금 지급도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주장은 핑계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권리중심 일자리 참여자들의 12개월 업무기간 및 1개월의 퇴직금 보장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울시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 참여자들은 내년 1월부터 12개월까지 일하고, 퇴직금을 받게 되었다.
박경석 권리중심 일자리 경기협업단장은 “경기도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도 1월에나 심의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서울시는 어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적격심사를 통해 13개월(업무기간 12개월+퇴직금 1개월)의 임금을 통과시켰다”라며 “경기도가 거짓말을 했다. 경기도는 왜 서울시처럼 안 하는가. 이 도지사가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이야기했듯, 지역사회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 일자리 200개와 13개월의 급여를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장에는 발달장애인의 얼굴을 형상화 한 거대한 조형물이 들어섰다. 권리중심 일자리 참여자들이 신문, 택배상자, 버려진 까만 비닐과 타이어 조각과 같이 버려지는 폐자재로 만든 조형물이다. 장차현실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부장은 “세상에 쓸모없고 버려지는 것들이 모여 아름다운 조형물이 됐다. 무능하고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사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예술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공공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이천우 씨는 “나랏일 하는 사람들도 이제 장애인을 신경 써야 한다. 한 명이라도 우리(장애인)를 봐주고 일상을 이해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분이야 말로 진짜 정치인이 아닌가”라며 경기도의 약속 이행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