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법안 농성 254일… 국회 복지위 심사소위서 논의 시작
장애계 “최혜영·장혜영 발의안대로 제정돼야”
심사소위선 이종성 의원 탈시설 반대 피력
최혜영 의원 “공청회 열자”했지만 불투명
장애계가 ‘양대 법안’이라 부르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안(아래 권리보장법). 양대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장이 차려진 지 254일이 됐다. 오늘(24일) 드디어 국회 논의가 시작됐지만, 심사는 연기됐다.
심사 연기 배경에는 탈시설지원법 제정 반대 의견을 부담스러워 하는 정부 입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탈시설의 의미가 많이 축소된 정부안이 발의됐고, 그 법안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며 24일 오후 1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법안과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아래 장애서비스법)의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
- 양대 법안 최혜영·장혜영 의원 원안대로 제정돼야
탈시설지원법은 세계인권선언일이기도 했던 지난해 12월 10일, 대표발의자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포함해 68명의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 법에 따르면 10년 내 모든 시설을 폐쇄하고, 시설에서 살던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지난 9월 27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권리보장법은 장애를 의학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억압과 배제, 차별의 현상으로 보는 법이다. 의학적 정의에 따른 장애인등록제를 폐지하고 ‘장애서비스 이용자’라는 규정으로 장애서비스 및 권리옹호가 필요한 모든 사람이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권리보장법안과 ‘세트 법안’으로 불리는 장애서비스법은 지난 8일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권리보장법에서 이야기하는 장애인 권리의 기준에 맞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구체적 체계를 담았다. △복잡한 현행 장애인 등록·심사·서비스별 심의 체계 전면 개편 △지역장애인서비스센터 사정·심의·판정 일원화 체계 구축 △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 설치 근거 마련 △개인 맞춤형 장애서비스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권리보장법과 장애서비스법(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최혜영 의원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최 의원 법안은 장 의원 법안과 대동소이하다. 장애를 사회적 정의로 규정하고 장애인등록제를 폐지하며 탈시설 지원을 위한 서비스를 기본으로 한다. 10년 내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및 신규 시설 설치 금지, 표준소득 보장, 정부차원에서 예산 마련 방안을 명시한 점도 비슷하다.
문제는 정부안을 받아 발의한 김민석 의원 안이다. 우선 장애를 여전히 의학적 관점으로 정의해 신체장애와 정신장애를 나눈다. 장애인등록제는 유지하고, 소득보장에 대한 내용도 그대로다. ‘탈시설’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신규 시설 설치 금지 조항도 없다. 욕구조사에 기반해 자립을 원하는 사람만 지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무엇보다 제도를 실현할 재원 확보 방안도 없다.
따라서 장애계는 장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는 법,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탈시설지원법(의안번호 2106331),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권리보장법(의안번호 2112707)과 장애서비스법(의안번호 2113162)의 원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장애계는 최혜영·장혜영 의원 안의 연내 제정을 위해 지난 3월 16일부터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탈시설지원법은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긴 했으나 발의된 지 1년이 지나도록 국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24일, 드디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양대 법안에 장애서비스법까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생산적 논의보다는 법안 리뷰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종성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탈시설지원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설파했다고 전해진다. 최혜영 의원은 반대 여론을 의식하는 정부 입장에 맞서 다음 달 중에 공청회를 열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 시설 고쳐 봐야 장애인 삶 안 달라져… 실질적 권리 보장되는 법 제정해야
양대법안제정연대 주최 기자회견에선 탈시설지원법과 권리보장법 등 양대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설에서 30년을 살았던 김진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가는 “시설에서 나올 땐 목표도 없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일단 나왔다.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다 보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 정체성이 뭔지 알게 됐다”며 “지원주택이 많이 지어져야 더 많은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적, 지역적, 사회적 인프라가 형성돼야 한다. 그러려면 탈시설지원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진화 탈시설장애인당(當) 대선 경선후보(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지원가)는 2살부터 23살까지 시설에 살았다. 유 후보는 “탈시설하고 나니 자유가 생겼다. 다른 발달장애인도 나처럼 탈시설해서 각자 원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 이를 위해선 탈시설지원금, 지원주택, 주거 코디네이터, 활동지원사, 근로지원인 등이 필요하다”며 “국회의원은 아직도 일을 안 한다. 올해 탈시설지원법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발언을 너무 많이 했다. 더 이상 발언하러 나오기도 힘들다. 빨리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국회가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면 예산은 시설이 아닌 사람에게 쓰인다. 장애인은 더 이상 장애등급, 수급비 걱정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것’에 힘쓸 수 있다”며 “시설을 조금씩 고친다고 해서 장애인의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양대 법안이 제정돼 장애인의 권한이 강화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2조 이상의 장애인 예산 확보가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며 법안 제정을 요구했다.
기사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