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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앞두고, 앞으로 도입되는 종합조사 중에서 활동지원제도 개편과 장애인 자립생활·탈시설 기본방향에 대해 정부와 장애인단체가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복지부의 계획에 대해 장애계는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계획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15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하는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장애인단체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종합조사 도입에 따른 활동지원제도 개편사항과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및 탈시설 기본 방향에 대해 발표했고, 이를 토대로 35개 장애인단체와 전문가, 복지부가 참여한 토론이 이뤄졌다.

 

 

복지부 “활동지원 1일 최대 16.16시간으로 급여량 확대된다”

 

복지부는 이번 종합조사 개편안 중 활동지원 서비스에서 중점을 둔 것은 ‘급여량 확대’와 ‘기존 수급자 보호’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월 최대 지원시간을 441시간에서 480시간으로 39시간 확대했고, 기존 4개였던 급여구간을 15개로 세분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1일 최대 급여량을 14.7시간에서 16.16시간으로 늘릴 것이라며 “16.16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취침시간 8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시간 지원”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가구환경 급여를 기존 3단계에서 6단계로 세분화해 급여량 증가를 유도한다고도 강조했다. 긴급활동지원 시간은 기존 94시간에서 120시간까지 늘리고, 등급 유효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다.

 

급여 감소자 지원방안으로 2개 구간 범위 내까지 보장한다. 또한, 복지부는 기존 수급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존 수급자 중 수급탈락 예상자에 대해 다음 갱신 전까지 45시간의 특례급여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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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장애인 당사자 588명에게 종합조사표를 모의 적용한 장애유형별·등급별 급여량 변동 결과를 내놓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1인 취약가구는 수급량이 기존 월 391시간에서 445시간으로 늘어나고, 자폐성 장애인의 월평균 급여량이 95시간에서 107시간으로 증가했다. 복지부는 “장애유형 간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급여량이 적은 장애유형의 급여량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는 급여감소자 보전방안 미적용 시 평균 1.84시간이 증가했고, 보전방안 적용 시에는 7.14시간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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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월평균 급여량 7시간이 증가하면 약 700억 원의 재정이 추가 편성돼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700억이라는 예산은 재정 당국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대한 설득해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힘을 모아주기를 당부했다.

 

 

장애계 “복지부 차원에서 1일 최대 24시간으로 확대해야”

 

그러나 장애인단체는 복지부의 계획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새로운 종합조사표가 급여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급여감소자 보전방안’을 마련해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부터 활동지원 24시간에 대한 정부 의지 미비, 예산편성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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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9월, 종합조사표 개편안 첫 발표에서는 1일 최대 급여량이 16.84시간이었는데, 오늘은 16.16시간으로 줄었다”라며 “하루로 따지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월 20시간이 삭감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차 시범사업까지 진행한 결과, 참여자의 13.52%가 급여 탈락 되었고, 40%는 급여가 삭감되었다”며 “(종합조사가) 이런 급여 삭감과 탈락이 일어나기 때문에 급여감소자 보전방안을 마련한 것 아닌가”라며 ‘급여량이 증가한다’는 복지부 주장을 비판했다.

 

여전히 1일 최대 급여량을 16.16시간으로 설정한 복지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지방정부에서는 활동지원을 24시간 제공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복지부에서는 여전히 24시간 지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복지부에서 밝힌 대로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의 욕구, 환경, 필요에 따라 지원이 이뤄지려면 24시간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흥 한국장애인연맹 정책실장은 복지부의 소극적 예산 편성을 비판했다. 그는 “올해 활동보조제도에 편성된 예산이 1조 3000억 원으로 알고 있다”며 “자연증가분이 아니라고 해도 700억 원은 굉장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서도 장애인 복지 예산이 하위권”이라며 “700억 원이 부담스럽다면 장애등급제 폐지와 시행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복지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생활·탈시설 정책 방향성 제시

장애계, 방향성에는 ‘찬성’,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물음표’

 

이날 복지부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대한 방향도 제시했다. 김현준 국장은 발표에 앞서 “오늘 발표는 말 그대로 방향성을 내보이는 것으로 장애인단체 등의 의견을 개정보완 수정할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촘촘한 시행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밝힌 탈시설 정책은 △2022년까지 탈시설 기반 구축과 법제화(1단계) △2026년까지 탈시설 확산(2단계) △2026년부터 탈시설 제도화(3단계) 등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30인 이상의 대규모 거주시설과 부적절 운영시설을 개편하고, 선도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때 거주시설 장애인 자립 욕구를 파악하고 거주시설 변환 계획 수립의무를 부과한다. 2단계에서는 대규모 거주시설 기능 개편과 소규모 시설 중 신청하는 경우 거주시설 변환 계획 수립 지원이나 개편 추진을 돕는다. 3단계에서는 기존 거주시설을 중증장애인 집중지원 기관으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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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복지부의 계획에 대해 장애인단체는 “정부의 장애인 자립생활과 탈시설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편성 없는 정책 계획은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한, 자립생활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립생활센터의 활용 방안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어 의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태흥 정책실장은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만으로는 자립생활·탈시설 정책을 시행하기 어렵기에 지자체 예산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예산 자립도는 서울이 82%, 세종시 65%인데, 다른 지자체는 50%를 밑돌고 있다”며 “탈시설한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기반을 갖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체의 예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자립생활센터를 빼놓은 자립생활·탈시설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토론자도 있었다. 한동식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공동대표는 “기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함에도 거주지원 서비스와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자립생활센터나 주간보호시설 등에 대한 종합지원 대책이 없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며 “자립생활·탈시설 정책에서 반드시 마련돼야 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내놓은 자립시설·탈시설 정책이 사실상 거주시설 개편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현수 정책실장은 “현재 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인 2만 1000여 명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주거 모델이 제시되고 있는데 주거계약에서 기존 법인이나 시설에서 소규모로 나눠 자산증식처럼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며 “범죄 시설 강력 조치와 30인 이상 대규모시설에 대한 장애인복지법 유예조항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신장애인들 피켓 시위, “정신장애인 배제되지 않는 장애인복지 원한다”

 

토론회에서는 장애인복지법상 15개 장애유형에 들지만, 장애인단체로 초대조차 받지 못한 정신장애인 관련 단체의 피켓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대(KAMI)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회원들이 ‘장애인정책과와 장애부서에서 정신장애 차별·배제하는 행정차별 시정하라’, ‘정신장애인을 차별·배제하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장애인복지서비스 제외 조항 삭제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했다.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명시된 정신장애인 예외 조항 때문에 장애인복지법 제34조에서 정하는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활동지원제도 등에서 배제되고 있다. 또한, 정부 주체의 장애인단체 토론회에도 정식 초대를 받지 못했다. 정신장애인들은 토론회 전부터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다 토론회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겨우 발언권을 얻을 수 있었다.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인연대 사무총장은 “이렇게 피켓 시위를 할 수밖에 없어서 유감”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차별과 배제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등록 정신장애인은 10만 명이 넘고 중중정신질환자는 38만~50만 명으로 추산이 되는데, 이들은 소득도 발달장애인과 비슷한 수준이다”라며 “그런데 모든 장애인복지 정책에서 제외하고 장애인정책국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고민도 관심도 없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복지부는 “정신장애인의 억울한 마음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 등을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다각도로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한 정신장애인은 “정신장애인이 빠진 장애인 정책 토론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이 토론회에 참여한 모두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대오각성해야 한다”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비마이너 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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