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예산 삭제, 서울시는 협의 중…권리중심공공일자리 앞날은

서울시, 2027년도 예산안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미반영
서울시 복지실장 “직무 내용 협의 중…예산 반영 방식·시기는 미정”
서울시의회, 11월 정례회서 관련 조례안 재의결·예산안 심사
경기도는 예산 항목 삭제…서울시 권리중심일자리는 부활할까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7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7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시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예산 반영 여부와 관련 협의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현재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정의를 명시하고 서울시의 사업 추진을 규정한 조례 개정안의 재의결과 예산안 심사를 앞둔 가운데,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서울에서 다시 시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 “직무 내용 협의 중…예산 반영 방식·시기는 미정”

서울시가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전년보다 4조 2667억 원 늘어난 총 55조 7445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해 30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예산안의 핵심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그러나 장애계가 지속적으로 예산 반영을 요구해 온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이번 예산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됐지만, 서울시가 재의를 요구한 가운데 예산 반영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를 옮기던 오 시장에게 비마이너 기자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본예산 반영 여부와 관련 협의 진행 상황을 묻자, 오 시장은 “즉답이 어렵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후 기자설명회에서 이동률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특화일자리를 올해 350개에서 내년에 400개로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설명회 후 정진우 서울시 복지실장에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에 대해 묻자 정 실장은 “시민 불편을 주는 행위 등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들을 해결하는 게 전제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 반영 방식이나 시기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오 시장 역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과 관련해 “서울시는 출퇴근길 시민들의 발목을 잡는 형태의 시위와 농성에는 일자리 예산이 투입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잘 협의해 장애인 일자리 마련에 도움이 된다고 할 때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관련 기사: [국감] 오세훈 서울시장,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 편성 가능성 밝혀)

“민선 8기,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은 키우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힌 문구와 최근 10년 서울시 채무현황 그래프가 그려진 판넬과 전년보다 4조 2667억 원 늘어난 총 55조 7445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설명돼 있는 판넬이 놓여져 있다. 사진 김소영
“민선 8기,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은 키우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힌 문구와 최근 10년 서울시 채무현황 그래프가 그려진 판넬과 전년보다 4조 2667억 원 늘어난 총 55조 7445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설명돼 있는 판넬이 놓여져 있다. 사진 김소영

경기도는 예산 항목 삭제, 서울시는 협의 중…존폐 기로에 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한편, 경기도에서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2027년도 예산안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항목 자체를 삭제했다. 예산안대로 확정되면 사업이 사실상 폐지될 수 있다.

이에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고, 지역 장애인들이 단식을 예고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서자, 추 도지사는 예산 삭감 입장을 유보했다. 추 도지사는 지난 26일 “우려를 제기하신 장애인 관련 예산은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삶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챙기겠다.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말씀드리는 것은 필요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놨다.

경기도는 2026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통해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880명과 전담인력 80명을 고용하고 있다. 사업이 폐지되면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88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4년 서울형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폐지하면서 해고된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처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을 우선 고용해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식개선 등의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공공일자리다. 노동자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시민사회에 알리고 협약 이행을 촉진하는 역할도 맡는다.

제12대 서울시의회에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의 제도화를 위해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이 지난 8월 10일 발의됐다. 해당 조례안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정의를 명시하고 서울시가 관련 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9월 11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같은 달 30일 해당 조례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1월 2일부터 12월 23일까지 열리는 제340회 정례회에서 이 조례안을 재의결하고, 서울시 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조례안 재의결 여부와 함께, 2027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이 반영될 수 있을지 장애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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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young@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