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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정보 유포와 거주인 인권침해 대응” vs “노동자 부당해고”
서울장차연 “향유의집 노동조합이 장애인 탈시설 정책 지속적으로 훼방”
한국노총 “노동조합이 마땅히 해야 할 비판으로 부당해고”
 
등록일 [ 2019년04월04일 20시40분 ]
 
 

1554377861_58459.jpg4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탈시설 가로막는 한국노총 규탄 및 향유의집 거주시설폐쇄, 탈시설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탈시설 당사자와 장애운동 활동가들이 탈시설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아래 한국노총)을 규탄하고, 서울시에는 탈시설 정책에 따른 고용 승계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프리웰 복지법인에는 직원 부당해고 취소를, 그리고 서울시에는 탈시설에 따른 장애인 돌봄 노동자 고용안정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4일 오전 10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탈시설을 가로막는 한국노총을 규탄하고, 향유의집 거주시설폐쇄와 탈시설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곧이어 11시에는 한국노총이 ‘향유의집 노동조합 위원장 부당해고 철회와 종사자 고용안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장차연•한국노총 한날 기자회견 열게 된 까닭

 

(구)석암재단은 1981년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설립자와 그 일가의 횡령 범죄 사실이 2007년 드러나 해당 법인 이사회가 해산되었다. 이에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임시이사회를 구성해 파견했고, 2009년부터 서울시가 구성한 임시이사회가 법인을 운영해왔다.

 

그 결과 석암재단은 2013년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아래 프리웰)로 거듭났다. 프리웰 이사회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 인권단체의 추천자로 공공이사회를 구성했고, 시설 정상화에서 한 발짝 나아가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8년 4월 이사회를 통해 ‘향유의집 시설폐지’를 의결한 바 있다.

 

시설 폐지 의결 이후 프리웰 산하 향유의집 노동조합(한국노총 소속)은 탈시설 정책에 반대하며 프리웰이 오히려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향유의집 노조는 ‘의사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은 탈시설할 수 없다’는 요지로 탈시설에 반대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노조는 프리웰이 발달장애인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김포 지역에 자립한 발달장애인이 이사회에 의해 강제로 탈시설을  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모두 각하 처리되었다.

 

노조는 이어 지난해 11월, MBN에 ‘프리웰이 장애인들에게 무리한 탈시설을 강요하고, 비리도 저지른다’는 내용의 제보를 하기도 했다. MBN이 이를 보도했으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악의적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는 프리웰 측의 반박으로 인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허위사실로 판명된 정보를 유포하고, 시설장애인들에 대한 인권 모독 발언을 했던 향유의집 노조위원장인 박 아무개 씨는 지난 3월 11일 이사회의 의결로 징계면직이 의결되었고, 오는 4월 11일퇴직이 결정되었다. 한국노총은 이것이 부당해고라고 맞서고 있다. 우선 한국노총이 기자회견을 예고했고, 서울장차연이 이에 응수했다.

 

1554431163_69791.jpg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한국노총의 면담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서울장차연 “향유의집 노동조합, 장애인 탈시설 정책 훼방 멈춰라”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장차연은 탈시설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시설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향유의집 노동조합을 규탄하고, 서울시에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애린 서울장차연공동대표는 “기자회견 전 한국노총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계속 '탈시설 정책에 반대하지 않고, 정책 마련에 대해서 결의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박 아무개 씨의 부당해고는 사실이 아닌데도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일관된 주장만 하고 있다”며 협상 결렬 소식을 전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 정착한 김동림, 선철규, 송용현, 추경진, 김명학, 최영은, 김진수 탈시설 활동가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중증장애가 있어도 지역사회에서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고, 시설은 인권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한국노총 “한 사람의 노동자가 아닌 천여 명의 서울 중증장애인 시설 돌봄시설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

 

한국노총은 서울장차연등 장애인단체가 주장하는 탈시설 정책과 방향에 대해 존중하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용안정에 관해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노총은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정책으로 시설폐쇄가 되면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대책이 시급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프리웰 부당해고자 한 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천여 명의 중증장애인시설 돌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을 결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오히려 장애인단체에서 프리웰 노동조합이 탈시설 정책을 반대한다고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탈시설 정책에는 동의한다고 했지만, 프리웰에 대한 서울시의 지도·감독 요구서를 전달했다.

 

1554377953_27062.jpg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아래 한국노총)이 ‘향유의집 노동조합 위원장 부당해고 철회와 종사자 고용안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탈시설화 정책에 따른 서울시 고용승계 시스템 마련해야’ 한 목소리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제2차 탈시설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약 600여 명의 장애인이 탈시설했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약 220억을 투입해 300여 명의 거주시설 장애인을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지난 3월에는 ‘제2차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2019~2023)’을 발표하고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100곳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의 탈시설 계획에 따른 고용문제에 대해 두 단체가 내놓은 해법은 다르지 않다. 서울시가 내놓은 탈시설 정책을 이행하면서 노동자의 고용승계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장차연은 “탈시설 정책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복지설의 구조조정은 정책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며 “탈시설로 고용에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에 한해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통해서 고용 승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노총이 장애인의 인권과 탈시설 권리를 인정하고, 노동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탈시설 정책 추진과정에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시설 운영자, 종사자, 서울시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도 함께 연대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부당해고’에 관해선 극명한 입장차 확인…연대 결렬

 

그러나 두 단체는 기자회견 전에도 대화를 나눴지만, 연대에 이르지 못했다. 서울장차연은 ‘탈시설’을, 한국노총은 ‘노동권’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며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특히 박 아무개 씨의 해임 건에서 극명한 입장차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장차연은 “박 아무개 씨의 해임 건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 업무 태만, 시설장애인에 대한 비인권적 언사가 퇴직의 이유이므로 부당해고가 아니다”라며 “박 아무개 씨는 그동안 탈시설 정책에 반기를 들다가 한국노총 편에 선 이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법인 비판이라는 정당한 노조의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프리웰이 징계해고를 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자칫 노동조합과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장차연은 “서울시는 현재 향유의집 거주시설 폐쇄가 결의된 상태이므로,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시설폐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과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탈시설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한국노총은 “서울시가 탈시설 계획을 내놓으면서 정작 이곳에서 종사자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은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며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탈시설 계획에 따른 종사자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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