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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탈시설에 300년 걸리는 계획은 ‘탈시설 계획’ 아니라 ‘감옥 수감 정책’”
경기420공투단, 성심재활원 폐쇄와 거주시설 폐쇄 조례 제정 촉구
 
등록일 [ 2019년04월11일 19시04분 ]
 
 

1554976944_15863.jpeg11일 오후, 수원역 앞에서 경기도 장애인거주시설폐쇄 조례 제정과 성심재활원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사진 경기420공투단
 

경기도 장애인들이 성심재활원 폐쇄를 시작으로 장애인 수용 정책을 종료할 것을 경기도에 촉구했다.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경기420공투단)은 11일 오후 3시 수원역 중앙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수용시설 정책은 중증장애인을 폐기물 취급하고 가두는 '감옥 수감 정책'"이라며 "인권침해 시설 성심재활원을 폐쇄하고,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를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월,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 성심재활원에서 직원들이 거주인들에게 서로 폭행하게 지시하거나, 모멸적인 발언을 하는 영상이 보도되어 공분을 샀다. 이후 오산시와 오산경찰서, 그리고 오산 및 인근 지역 장애인권 단체들이 합동으로 성심재활원 법인인 성심동원 산하 복지시설들 전체를 조사했다. 그 결과, 거주인 20여명이 학대 피해를 입은 정황이 발견되었다. 거주인들이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는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과 유사하게 거주인에게 또 다른 거주인을 향해 가혹행위 및 학대를 지시한 사례부터, 방임, 언어•신체•정서적 폭력, 동의 없는 금전 지출, 신체 구속, 서류 수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경기420공투단은 성심재활원 사건이 드러난 직후 경기도와 협의체를 구성했다. 경기420공투단은 우선 현재 81인이 거주하고 있는 성심재활원을 30인 규모로 축소하고, 이 과정에서 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50인 이상에 대해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라고 경기도에 요구했다. 이후 최종적으로 성심재활원을 폐쇄하고, 법인인 성심동원도 해산해 시설 거주 장애인들 전원에 대한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오산시에서 해결 중이라 개입할 수 없다', '시설 폐쇄는 오산시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420공투단은 이러한 경기도의 미온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경기도의 '중증장애인 탈시설 자립생활 중장기 계획'에 대해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자립생활 체험홈'을 매해 6개씩 늘리는 현재 계획으로는 경기도내 시설 거주 장애인 6,111명(2018년 기준)이 모두 자립하는 데 300년이 넘게 걸린다는점을 지적했다. 경기420공투단은 "이것은 탈시설 정책이 아니라 앞으로 300년동안 중증장애인을 감옥같은 시설에 더 가둬놓겠다는 '중증장애인 중장기 감옥 수감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경기420공투단은 "우선 인권침해가 발생한 성심재활원을 즉시 폐쇄하고, 2020년에 체험홈 25개를 추가 설치해 50명에 대한 탈시설을 지원하고, 2022년까지는 남은 30명을 추가로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라며 "궁극적으로는 중증장애인을 폐기물 처리하듯 감옥같은 시설에만 가두는 현재 수용시설 정책을 없애기 위해 '경기도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를 제정하라"고 강조했다.

 

1554977034_97793.jpeg기자회견을 마친 경기420공투단이 경기도청으로 행진하려는 것을 경찰이 막아섰다. 대치는 약 2시간 가량 계속되었다. 사진 경기420공투단

 

10년 전, 석암재단 산하 김포 베데스다요양원에서 탈시설한 김진수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성심재활원 사건을 보며, 시설이라는 공간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20년 전에 내가 살았던 시설에서도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인권침해가, 2019년 현재 성심재활원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의 인권은 전혀 없는 공간인 시설을 폐쇄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 경기도는 당장 조례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병태 안산 단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시설과 감옥은 그 공간에서 실제로 지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직원의 편의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유가 없다는 점에서 정말 꼭 닮아있다"라며 입을 열었다.

 

김 소장은 "시설에 입소할 때 거주인들은 '각서'를 쓰고 들어간다. 시설 운영 편의를 위해 자기결정권과 자유를 시설에 맡긴다는 내용의 각서이다. 이런 각서가 전제되는 곳에서는 근본적으로 인권 보장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시설의 유지를 위해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기보다는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정부와 경기도는 더이상 장애인의 인권을 유기하지 말고, 중증장애인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시설을 폐쇄하는 데 힘써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경기420공투단은 성심재활원 폐쇄와 장애인거주시설폐쇄 조례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경기도청으로 향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기420공투단은 행진 신고를 해둔 상태였으나, 경찰은 '도청에서 수원역으로 행진 신고가 되어있기 때문에 역방향 행진은 불가능하다'며 막아섰다. 대치는 5시 30분까지 약 2시간가량 이어졌고, 경기420공투단은 끝내 행진을 하지 못하고 수원역 농성장으로 복귀했다. 경기420공투단은 경기도에 장애인거주시설폐쇄 조례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8일부터 수원역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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