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장애인에게 허리 쓰는 검품파트 배치한 이마트
인권위는 시정 권고했지만, 법원은 “장애인 차별 아니다” 판단
장애계 “장애인 일할 수 없는 환경에서 노동강요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
장애인 노동자 차별에도, 이마트는 ‘장애인고용 신뢰기업’ 선정
이마트에 장애인특별채용으로 고용된 척추장애인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업무 배치로 질병을 얻게 됐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명백한 장애인차별이라고 판단했으나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ㄱ 씨가 낸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ㄱ 씨는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을 앞둔 29일 오후 1시, 경북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평지 등 장애인권단체는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엄중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하고도 일할 수 없는 환경에 배치한 이마트는 노동자 차별 행위를 반성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법원의 정의로운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척추장애인에게 허리 쓰는 검품파트 배치한 이마트에 인권위 시정 권고
척추장애가 있는 ㄱ 씨는 지난 2017년 3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이마트 본사 장애인특별채용에 응시했고, 같은 해 4월 6일 이마트 안동점(경북 안동시 옥동)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ㄱ 씨는 입사 직후 검품파트에 배치됐다. 검품파트에서는 하역장으로 들어온 물건을 수작업으로 분류하고, 분류 작업이 끝나면 핸드자키(물류 이동장비)를 이용해 창고로 물건을 날라야 했다. 또 1개에 약 15kg 정도인 파렛트를 수거해 하역장 밖에 10~12단씩 쌓는 일도 해야 했다.
ㄱ 씨는 허리에 큰 무리가 가는 업무가 아닌 파트로 재배치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다 2주 후 추간판탈출증 증상이 나타났고, 5월 15일 급기야 허리통증으로 입원하게 됐다. ㄱ 씨는 군복무 중 척추를 다쳤지만 장애판정 이후 만기 전역했다. 또한 그때 이후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2016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단순 근육통 진단을 받았다.
지난 2018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대구인권사무소는 ㄱ 씨의 장애에 대한 고려 없이 업무배치한 이마트 측에 △부서 재배치 △재발방지 대책 마련 △장애인차별금지 관련한 직무교육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마트 안동점은 인권위 권고를 무시했다. 직무 재배치를 위해 찾아간 ㄱ 씨에게 ‘자리가 없다’, ‘취업규칙에 의해 퇴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ㄱ 씨는 2018년 11월 사직서도 쓰지 않은 채 퇴사했다.
- 법원 “장애인 차별 아니다”, “증거부족”하다며 손배소 기각
ㄱ 씨는 지난 2020년 (주)이마트와 이마트 안동점 업무배치 담당자 3인에게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잘못된 업무배치로 발생한 ㄱ 씨의 치료비와 경비, 지급받지 못한 보수와 재산상 손해 등에 대해서다.
그러나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이정현 판사)은 지난 5월 25일 ㄱ 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ㄱ 씨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들이 원고에게 차별행위 등 불법행위를 하였다거나 원고의 병증이 피고 이마트에서의 근무로 인해 발생 또는 악화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인권위가 이마트 측에 권고한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인용하지 않았다. 기각 판결 이후에도 이마트 측은 ㄱ 씨에게 어떠한 사과의 뜻도 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기자회견에서 피해 당사자인 ㄱ 씨는 “사건 발생 후 4년이 지났는데, 그 이후 자신감도 떨어지고 앞으로의 일도 막막하다”라며 “장애인 고용만 중요시할 게 아니라 신체능력에 맞는 업무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엄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 장애인 노동자 차별에도, 이마트는 ‘장애인고용 신뢰기업’ 선정
소송 대리인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항소 이유를 “이마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를 위배했을 뿐 아니라, 제4조 3항에서 차별예외 규정인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상항을 입증하지 못했다”라며 “ㄱ 씨를 특별채용했지만 부적합한 파트에 배치하고, 이에 따른 정당한 편의제공도 하지 않았다. 이는 장애인고용법 제5조 1항의 사업주 책임을 저버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마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고, 같은 법 제46조에 근거해 장애인차별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같은 법 제47조 2항에 따라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 입증의 책임은 이마트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고용의 내용이나 질보다는 머릿수 채우기식 통계로만 장애인 고용의 우수성을 인증하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인권위에 장애인 노동자 차별권고를 받았음에도, 이마트는 2018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트루컴퍼니(장애인고용 신뢰기업)’로 선정됐다. 여전히 장애인노동이 ‘복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아리 장애인노동조합 경북지회 활동가는 “장애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한 이마트는 강력히 처벌받아야 한다. 장애인 노동을 복지 관점이 아닌, 노동권 자체로 보장받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기사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