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200일 됐지만 국회서 한 번도 논의 안 된 양대 법안
“10월까지 국감, 11월에 상임위서 논의돼야 연내 제정 가능”
한 달간 탈시설지원법 연내 제정 촉구하는 1만인 서명받는다

장애인권리보장법(아래 권리보장법)과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탈시설지원법) 연내 제정 농성이 다음달 1일에 200일을 맞는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향한 농성장에서 장애계가 두 법의 제정을 강력히 요구해 왔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12월에 발의된 탈시설지원법은 단 한 번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권리보장법은 지난 27일 발의됐지만 탈시설지원법 논의 속도로 봐서는 연내 통과될지 미지수다.

시간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탈시설 지원 정책 수립과 권리보장법 제정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지난 8월에서야 문재인 정부는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고 권리보장법 제정에 착수했다. 국회에 발의된 두 법안 모두 이번 정기국회 안에 통과돼야 연내 제정이 가능하다.

이에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제정연대(아래 양대법안제정연대)는 농성 200일을 맞아 한 달간 1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우선은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1만인 서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11월까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돼야 연내 제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대법안제정연대는 농성 200일 하루 전인 30일 오전 10시,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시민의 서명운동 동참과 국회의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활동가들이 농성장 컨테이너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아래 현수막에는 ‘UN장애인권리협약 근거한 모든 권리의 시작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농성 200일, 탈시설 권리 쟁취 및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연내 제정 1만인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활동가들이 농성장 컨테이너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아래 현수막에는 ‘UN장애인권리협약 근거한 모든 권리의 시작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농성 200일, 탈시설 권리 쟁취 및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연내 제정 1만인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탈시설은 기본권, 우리 힘으로 법 제정 쟁취할 것”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은 장애계로부터 ‘거주시설 개편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 신·증축에 내년 탈시설 지원 예산의 17배에 달하는 돈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발달·중증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에 관한 내용도 누락돼 있다. 양대법안제정연대는 “24시간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탈시설은 가짜 탈시설”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유진화 활동가(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유진화 활동가(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탈시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유진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회의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유진화 활동가는 “탈시설 하려면 돈, 집, 사람이 필요하다. 나도 탈시설지원금, 지원주택, 주거 코디네이터, 활동지원사, 근로지원인이 있어서 자립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포함된 탈시설지원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발달장애인도 나처럼 빨리 탈시설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활동가는 또 “국회의원은 빨리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 나도 매일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국회의원은 왜 일하지 않는 것인가? 또한 정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비준해 놓고 왜 그대로 이행하지 않는가? 벌써 200일이 다 돼 간다. 국회는 장애인이 차가운 길 위에서 겨울을 맞이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혜희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정혜희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정혜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운영지원팀장 또한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을 비판했다. 정혜희 팀장은 “정부는 시설 소규모화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100명을 수용하는 감옥에서 20명만 수용한다고 감옥이 아니게 되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해서 사는 권리가 보장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탈시설로드맵에서 이 권리를 누락했다”고 성토했다.

정 활동가는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1인 1실을 보장받고 개별분양 혹은 임차계약으로 주거결정권이 보장되는 게 탈시설의 기본이 돼야 한다. 이 사항을 국가책임으로 명시한 탈시설지원법이 반드시 제정돼 국가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탈시설로드맵 발표 이후 종교계와 일부 단체는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천주교 신부이면서 거주시설 원장인 이들은 지난 8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어 거주시설 지키기에 나섰다. 일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탈시설 반대 집회를 열었고,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이들은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거주시설을 ‘주거서비스’라 지칭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런 반대 움직임을 지적하며 “안타깝다. 하지만 탈시설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은 200일 됐지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2012년부터 광화문역 지하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기준, 거주시설 폐지를 외치며 5년간 농성하며 투쟁했다. 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해서 우리의 힘으로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쟁취하자”고 말했다.

 

기사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