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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단차에 휠체어 바퀴 빠져 고꾸라지고… 장애인들 ‘차별구제소송’ 제기
휠체어이용자들, 서울교통공사에 휠체어 리프트에 이어 ‘지하철 단차’ 문제제기
“지하철 단차 피해 알리고, 휠체어이용자 안전에 무관심한 교통사업자에 경종 울릴 것”
 
등록일 [ 2019년07월03일 18시28분 ]
 
 

1562147154_99938.jpg지하철과 승강장의 단차로 전동휠체어 바퀴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사진 비마이너 DB

 

“휠체어이용자들은 지하철과 역사 사이 단차를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가 우리에겐 깊고 넓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크레바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거장을 골라서 내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30분 걸리는 곳에는 1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한번이라도 크레바스에 휠체어가 낀 사람이라면 지하철 타고 내리는 것 자체가 공포입니다.” (원고 장향숙 씨)

 

휠체어이용자들이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단차의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며 서울교통공사에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서 원고인 전윤선, 장향숙 씨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이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장애인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에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3호선 충무로역에서 간격 10cm를 넘고, 높이 단차가 1.5cm를 초과하는 곳에 안전발판 등 안전설비를 설치하고, 원고에게 각 500만 원씩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신촌역은 장향숙 씨가 단차로 인한 휠체어 끼임 사고를 당한 곳이다. 충무로역은 전윤선 씨의 집에서 근무지인 명동을 갈 때 환승역이다. 그러나 전 씨는 충무로역의 현격한 지하철 단차로 환승을 포기하고 을지로3가에서 내려 한 정거장을 전동휠체어로 이동해 출퇴근하고 있다.

 

1562147034_82102.jpg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서 원고인 전윤선, 장향숙 씨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이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장애인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넓은 간격, 현격한 높이 차이로 휠체어이용자는 매 순간 위험하다

 

원고들은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지하철 단차로 인해 자주 위험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과 승강장의 사이를 보는 게 습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게 위험은 일상처럼 찾아왔다.

 

장향숙 씨는 4월 30일 지하철을 이용하다 바퀴 끼임 사고를 당했다.

 

“방금 전 나는 또 한 번의 죽을 위험에 처했었다. 신촌에서 지하철 문이 열리고 (장애인 좌석 두 칸 뒤에 탔던) 나는 간격이 큰 것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하차하는 순간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꽉 빠져서 끼었다. (…) 핸들은 꺾어지고 충격으로 전원도 꺼진 상태! (…) 그때 뒤에서 어떤 사람들이 들어서 내렸다. 꺾어진 핸들의 전원을 켜고 앞으로 물러나고 전철은 출발했다. 적극적으로 도왔던 세 명의 여학생들이 ‘괜찮냐?’고 묻는다. 피차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는 덕분에 살았다 했다.” (사고 당시 장 씨의 페이스북 내용 일부)

 

전윤선 씨 또한 지난 4월 25일 지하철 단차에 휠체어 바퀴가 끼어 휠체어에서 추락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겪었다.

 

“(…)그날도 전력 질주해서 지하철에 승차하려는데, 휠체어는 전동차 사이 턱에 걸려 오르지 못하고 내 몸만 튕겨 나가 지하철 바닥에 깨구락지처럼 쫙 뻗었다. 순간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블랙홀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 사람들이 웅성웅성 나를 일으키고 휠체어에 끌어 올려 앉혀줬다. 근데 아픈 건 둘째치고 정말, 정말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 (전 씨의 SNS 내용 일부)

 

원고들은 “지하철 단차로 인한 사고를 겪지 않은 휠체어이용자는 없을 것”이라며 “휠체어가 빠진 사이 지하철 문이 닫히면서 지하철에 휠체어를 매달려 이동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1562147091_22314.jpg원고 장향숙, 전윤선 씨가 지하철 단차로 사고를 당한 후 SNS에 게시한 글 갈무리

- “지하철 단차로 일어나는 ‘일상적 차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도시철도규칙’ 제30조의2 제3항에는 ‘지하철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cm가 넘으면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 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철도 정거장 설계 지침’에는 ‘지하철차량 바닥면으로부터 승강장 연단의 높이 차이가 1.5cm가 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7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9호선 역사 중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10cm를 초과한 곳은 111개 역으로 전체 역사의 1/3을 넘는 수준이다. 지하철 승강장 발 빠짐 사고는 2013~2017년 총 351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하철 이용 시 장애인의 사고는 빈번하다. 박재영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팀장은 “지하철에서 휠체어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하거나 지하철 단차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뒷전인 것 같다”며 서울교통공사의 책임회피를 지적했다.
 
소송대리인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는 관계 법령에 따라 이동 및 교통수단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며 “원고들이 지하철 승하차 시에 사고를 당하거나 사고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역을 이용하는 것은 안전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엄연한 차별행위”라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지하철 단차 사고는 교통 설비의 미비로 휠체어이용자를 위험으로 모는 전형적인 ‘일상적 차별’”이라며 “이번 소송으로 휠체어리프트 설비가 목숨을 위협하는 것처럼 지하철 단차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을 알리고, 일상적 차별 피해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해 무관심한 교통사업자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소송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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