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란 열사 기일 맞아 열린 22회 3.26 대회
탈시설운동 활동가 “정권 바뀌어도 장애인권리는 제자리”
색동원 사건 등… “이제 탈시설 결단할 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26일 오후 3시 50분 청와대 앞에서 ‘22회 3.26 전국장애인대회 및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을 열었다. 장애인운동 활동가 1500여 명이 참석해 한목소리로 “우리를 가두지 말라”고 외쳤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장애인들 “이제 탈시설 결단할 때”
전장연은 매년 3월 26일부터 5월 1일 노동절까지 장애인차별 철폐를 위한 전국 규모의 투쟁을 이어간다. 해마다 장애인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3월 26일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폭로하며 싸우다 숨진 장애여성이자 반빈곤운동가인 최옥란 열사의 기일이다. 올해도 최옥란 열사의 기일을 맞아 전국 곳곳의 장애인들이 모였다.
홍정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구지부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인은 시설에서 자유와 선택권을 빼앗긴 채, 삶을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다. 색동원 사건은 시설 안에서 인권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지부장은 “이제는 말해야 한다. 해답은 탈시설이다. 시설을 조금 고친다고, 시설을 관리한다고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모아두고 통제하는 공간인 시설에서는 결코 존엄한 삶을 살 수 없다”며 “그래서 우리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넘어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한다.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유승권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직무대행은 “우리는 동정이나 배려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권리를 쟁취하는 시민”이라며 “이제는 이재명 정부에 묻고 싶다. (장애인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은 발의됐지만 논의는 멈춰 있고, 예산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언제까지 검토만 반복할 것인가. 그 사이 장애인은 여전히 시설에 머물고, 지역사회에서 배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금 당장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시민으로서 끝까지 권리를 쟁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장연은 탈시설권리 보장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2027년 정부 예산에 이동권·교육권·노동권·자립생활권리 등 장애인권리 예산을 반영할 것 △「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법」,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등 관련 입법을 즉각 제도화할 것 등을 촉구했다.
탈시설운동 활동가 “정권 바뀌어도 장애인권리는 제자리”
본대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약 1시간 동안 청와대 인근 도로를 행진했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2025년 윤석열 정부의 장애인권리 약탈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며 우리는 새로운 정부를 맞았지만, 장애인의 빼앗긴 권리는 아직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더 참혹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참사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장애인을 배제한 채 시설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활동가는 “정부는 돌봄통합법 시행으로 모든 시민이 시설이나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열릴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설을 더 좋게 만들고 병원에 더 많은 인력을 보내는 방식으로, 중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골라내서 시설과 병원으로 보내겠다는 것이 이 정부 정책의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주시설 예산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인권참사가 발생한 시설조차 ‘더 나은 시설’로 만들겠다고 한다”며 “시민들께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행진을 마친 뒤 전장연은 ‘최옥란 열사 24주기 및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를 열고 세상을 떠난 열사들을 기렸다. 이어 청와대 인근에서 1박 2일 농성에 돌입하며,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는 ‘2026 장애인차별철폐선거연대 출범식 및 정책 요구안 발표’를 진행한다.
김소영 기자 young@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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