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투쟁단 3천여명 모여 결의대회 진행
색동원 사태 영향으로 탈시설 촉구 목소리 이어져
광화문 인근에서 1박2일 농성, 21일 지하철, 버스 투쟁
20일, 주최 측 추산 3천 명이 넘는 장애인과 시민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가 있는 서울 광화문 앞에 모였다.
4월 20일은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비롯한 진보적 장애인권 단체들은 이날을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시혜와 동정, 그리고 차별적인 사회구조를 없애기 위해 투쟁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부른다. 장애인권 단체와 시민들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꾸리고, 최옥란 열사 기일인 3월 26일부터 노동절인 5월 1일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올해 장애인권 단체들이 정한 슬로건은 ‘우리를 가두지 마십시오’이다. 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에 대한 정부의 해결 방침이 사실상 시설 재수용과 일부 자립 지원으로 가닥이 잡히는 상황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결의대회에는 탈시설을 촉구하는 발언들이 주를 이뤘다.
단상에 오른 장애인 대표들, 시설 수용 멈추자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거대한 거주시설의 카르텔들로 장애인들은 피폐해지고 있다”며 “정부는 예산을 줄인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을 가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권 대표는 “대한민국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음에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재명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전북, 경남, 대구 등 전국 각지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대표들도 단상에 올라 탈시설을 촉구했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이 제일 많은, 그리고 장애인거주시설이 제일 많은 경기도에는 제대로 된 탈시설 정책이 없다”며 “(시설 입소를) 대기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2천 명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탈시설 정책이 없다 보니 결국에는 지역사회에서 밀려서 수용시설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우리가 활동지원 제도를 만들었고, 교육권도 만들어 가고 있다”며 “우리가 방에만, 시설 안에만 있었으면 이런 세상이 왔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박 대표는 “빨리빨리 바뀌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럽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질기게 투쟁하자”고 밝혔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철폐 위해 연대 넓히자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한국 사회의 장애인 차별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운동 의제들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에서 활동하는 타리 활동가는 “탈시설 운동을 통해 수많은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왔지만 시설 안에서 경험한 폭력, 특히 몸 안에 직접 의료기구가 관통해 벌어진 물리적 폭력에 대해서는 증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상상하는 좋은 삶과 건강한 몸에 대한 상상이 우생학에 갇히지 않도록, 더 이상 성적 낙인과 재생산 폭력이 용인되지 않도록 투쟁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장애이주민권리보장네트워크도 올해 처음으로 420결의대회 무대에 올라 연대사를 전했다. 대표로 발언에 나선 안토니나 씨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올해 67세이다.
안토니나 씨는 “(장애) 관련 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도움을 어디서 받아야 할지 몰라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한국의 정책은 장애이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이주민, 특히 장애가 있는 동포 이주민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지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TMTG’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주민들 역시 국경 자체를 봉쇄 당한 채, 지상 최대의 야외 감옥에서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팔레스타인 장애인은 식량, 물, 위생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타인에게 생존을 의존해야 하는, 심각한 지원 중단 상황에 놓였다”라고 밝히며,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연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를 마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경복궁 서십자각에서 행진을 시작해 서울시청 일대를 돈 뒤 6시 30분 경 행진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우리가 멈춘 시설, 우리가 만들어가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제를 진행한 후, 1박 2일 농성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21일 아침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과 ‘차별버스 OUT 버스 타기 행동’ 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