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전국에서 장애인들이 소송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장애인들이 시외고속버스에 탑승할 권리를 외친 지도 어언 13년.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전국에 한 대도 없습니다. 장애인들이 전국의 버스회사들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비마이너도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비마이너는 앞으로 한 달에 걸쳐 우리나라의 시외고속버스 이동권 상황과 지금까지의 논의를 소개합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① 장애인들, 시외고속버스 타기 위해 전국에서 소송 진행한다
② 우리나라의 시외고속버스 이동권, 출발은 했나
③ 사법부 판결 살펴보니…장애인은 고향 갈 때만 버스 타라는 것?
④ 휠체어석이 2개나 있는 대만 고속버스를 타다, 그것도 명절에…
⑤ 미국, 대만은 정부가 나서 휠체어 이용자 시외고속버스 탑승권 보장
⑥ 장애인 34명, 전국 11개 고속버스회사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 시작
“피고(버스회사)들은 여전히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추지 않은 채 경제적 부담과 제도적 한계를 이유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감내해 온 ‘일상의 상실’과 ‘고통’에 비한다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편의제공 비용’이 과연 법이 말하는 ‘과도한 부담’에 해당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권리는 예산의 여유가 있을 때 시혜적으로 베푸는 선물이 아닙니다. 원고(장애인)들은 그저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치 권리를 비용과 동일 선상에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에 브레이크를 걸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안전벨트를 채우는 마음으로 이 사건 소송에 이르렀습니다.”
- 서울ㆍ경기 원고인단 김진영 변호대리인 청구 취지 설명 발언 중 -
30일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장애인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외고속버스 회사들을 상대로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을 위한 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북, 전남, 경남, 강원, 대구, 부산에 이은 7번째 기자회견이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아래 이동권연대)와 각 지역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지난 4월 15일부터 보름간 각 지역의 버스터미널이나 지방법원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지역에 본사를 두거나 차량을 많이 배차한 버스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3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소송 원고이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인 유진우 씨는 “저는 집이 전라북도 군산이다.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익산역으로 간 다음에, 익산역에서 군산역으로 간다. 또 군산역에서는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세 번에 걸쳐 환승해 집에 가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유 씨는 “장애인도 탈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가 있었더라면 저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군산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탈 수 있는 고속버스가 없어서, 시외 이동권이 제약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경기도에 살며 소송을 제기한 정기열 이동권연대 경기지부장은 “(버스회사가) 민간사업자라고는 하지만 수십 년간 장애인을 차별한 사람들”이라며 “수많은 장애인이 수십 년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했는데 고작 수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렇게 차별하는 것은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다. 버스회사와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동권연대에 따르면 이번 전국 동시다발 소송의 원고는 34명의 휠체어 이용자이다. 피고는 금호익스프레스, 천일고속, 중앙고속, 동양고속, 대원고속, 경기고속, 전북고속, 경북고속, 강원여객, 신흥여객, 한일고속, 동부고속 12개 회사로, 해당 버스회사들이 운행하고 있는 차량은 2226대에 이른다.
전국버스운송조합연합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시외고속버스는 2026년 2월을 기준으로 5893대이다. 이 중 장애인들이 소송을 제기한 회사들의 운행 차량은 전체의 37%에 달한다.
이동권연대는 버스회사뿐 아니라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버스터미널 업체들에 대해서도 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 경남 창원종합버스터미널∙김해여객터미널, 전남 목포종합버스터미널∙나주시외버스터미널∙광양 중마버스터미널, 대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그 대상이다.
지난 2019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버스에 장착된 휠체어 전용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3m의 승차장 여유 폭이 필요한데, 기존 승차장에서는 여유 공간이 없어 별도로 마련된 전용 승차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체적이고 개연성 있는 노선’, 다시 다투겠다
한편, 이동권연대는 최근 대법원이 가족 소재지 등 ‘구체적이고 개연성 있는 노선’에 대해서만 시외고속버스 접근성을 갖추도록, 확정판결한 건에 대해서도 다시 다투겠다고 밝혔다.
초록 이동권연대 정책국장은 “원고인단은 시외 이동을 할 때마다 어떤 방법으로, 언제, 어떤 사유로 이동해야 했는지 증빙자료들을 만들고 있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가족 소재지만 장애인에게 필요한 노선으로 인정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이동권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판부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인권적 판결을 할 것을 요청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협약 비준 당사국이 장애인들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보장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시외버스, 고속버스, 광역버스 중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의 수를 늘리고, 버스 번호, 노선을 포함한 정보와 탑승 안내가 접근 가능한 형식이 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권고받은 바 있다.
이동권연대는 “재판부는 오늘 제기된 이 소송을 조속히 진행해 대한민국이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버스회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보름간 이동권연대 소속 장애인 당사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이 내용을 반복해서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