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들이대며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 지원 어렵다’
운전원 인건비, 원래 포함돼 있었지만 삭제한 것이 기획예산처
‘그 밖에 운영 지원 가능’ 조항 있어, 현재도 지원 가능

2023년 교통약자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가 명시되어 있다. 자료출처 국토교통부
2023년 교통약자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가 명시되어 있다. 자료출처 국토교통부

지난 7월 2일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기획예산처가 만났다.

면담에서는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 지원과 관련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아래 교통약자법) 시행령에 지원 근거가 있냐 없냐를 두고 시비가 일었다. 장애인권 단체들은 기획예산처의 입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전장연은 내년도 정부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와 장애 관련 예산 증액에 대한 면담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1일 전장연이 기획예산처 산하 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 건물 로비를 점거하며 성사됐다.

전장연은 기획예산처 면담에서 특별교통수단 대기시간 해소를 위한 운전원 인건비 국고 지원,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제도화,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지원 확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사업 예산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예산처, 이동권 예산 어렵다며 시행령 내밀었지만

전장연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특별교통수단의 운전원 충원을 위해 국비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지방사무라 어렵다’는 식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현재 교통약자법 시행령에 관련 조항이 없어 국비 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행령에서는 특별교통수단의 확보 등에 필요한 자금의 지원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특별교통수단 도입비, 유류비∙정비비 등 유지관리비, 예약∙배차 시스템 운영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설치비의 지원이 가능하다.

기획예산처는 이 시행령에 운전원 인건비 항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국고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전장연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시행령 해당 조항의 마지막 항에 “그밖에 특별교통수단의 운영과 이동지원센터 및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국비로 운전원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 조항 없애놓고, 지원 못한다는 셀프 핑계

또한 전장연은 이 시행령에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 지원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당시 입법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해당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23년 1월 국토교통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 개정안 제4항에는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가 명시돼 있었다.

당시 시행령 개정 논의에 참여했던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아래 이동권연대) 관계자는 “입법 예고 때만 해도 운전원 인건비가 포함돼 있었는데, 국무회의에 상정된 안에는 이 내용이 삭제돼 있었다”며 “국토교통부에 문제를 제기하자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기획예산처는 시행령에 해당 조항이 없어 지원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시행령을 만들 때 해당 내용을 뺀 것은 기획예산처 자신인 셈이다.

한편 이동권연대 관계자는 “당시 국토부에 운전원 인건비 지원을 위해서는 시행령을 또 개정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국토부가 ‘그 밖의 운영에 필요한 지원 조항은 살려 놨다’며 ‘기획재정부가 승인하면 현 조항으로도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다’는 식의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기획예산처와 전장연의 면담에는 장애인 이동권 예산을 담당하는 국토교통 예산과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면담에 참여한 국민복지예산과에서 주무 과에 이 내용을 전달하기로 했고, 전장연은 7월 말까지 입장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기획예산처의 입장에 따라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