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분만 편성한 뒤 “나머지 추경” 약속했던 경기도
지난 19일 발표된 추경안에 1개월분만 편성해 사실상 예산 삭감
“취약계층 보호 예산 지키겠다”던 추미애, 이동권 예산 ‘불요불급’ 취급
장애인들 “특별교통수단은 생존… 약속한 운영비 전액 복원하라”
2026년 추가경정예산(아래 추경)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던 경기도가 결국 약속을 파기했다. 이에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와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기지부는 25일 오후 3시 경기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이동권 예산을 삭감한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규탄했다.
“취약계층 보호 예산 지키겠다”던 추미애, 이동권 예산 ‘불요불급’ 취급
경기도는 2025년 말, 2026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 여건을 이유로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예산을 삭감했다. 2025년 지원액 468억 원보다 약 105억 원 적은 363억 원을 편성한 것이다. 경기장차연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 운영에 필요한 증액분까지 고려하면 480억 원이 편성돼야 했지만, 실제 예산은 이보다 117억 원이나 적은 ‘9개월분’에 그쳤다.
실제로 당시 경기도는 “9개월분만 본예산에 편성하고 나머지 3개월분은 추경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동권 예산도 삭감…고양시 장애인에 불똥)
그러나 지난 19일 경기도가 발표한 추경안에 편성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는 36억 6100만 원으로, 경기도가 약속했던 3개월분 가운데 약 1개월분에 불과하다. 경기장차연은 현재 추경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나머지 약 2개월분의 운영비가 사실상 삭감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도지사는 취임 이후 경기도의 심각한 재정 상황을 이유로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직접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며 불요불급한 예산, 즉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예산은 삭감하되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2주 뒤 발표된 추경안에서 장애인의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경기장차연은 “특별교통수단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이라며 “추미애 도지사가 말한 ‘민생 필수사업’과 ‘취약계층 보호’에 장애인의 이동권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더구나 추미애 도지사는 후보 시절 ‘단단 동행’ 공약을 발표하며 특별교통수단 운전원을 증원하고 운영체계를 개선해 ‘24시간 기다림 없는 이동권’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장애인들 “특별교통수단은 생존… 약속한 운영비 전액 복원하라”
김동예 용인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추미애 도지사는 후보 시절 우리에게 직접 손을 내밀며 장애인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취임 두 달이 지난 지금, 무엇이 남았는가.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증원은커녕 운영비마저 삭감되면서 현재 일하고 있는 운전원까지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최종 정책 자료에서도 장애인 관련 정책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별교통수단은 복지 혜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출근하고, 병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장을 보는 등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장애인콜택시가 있어야 집 밖으로 나설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의 일상을 ‘불요불급’한 지출로 취급하는가”라며 “약속했던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를 전액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정기열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기지부장은 “올해 초 경기도가 31개 시군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경기도 교통국에서 ‘현재 9개월분의 예산밖에 확보하지 못했지만, 추경을 통해 3개월분의 예산을 반드시 확보하겠다. 그러니 31개 시군은 12개월분의 예산을 모두 편성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경기도지사 직인까지 찍어 보냈다”며 “그런데 정작 경기도는 추경에서 고작 한 달분의 예산만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지자체에는 12개월분 예산을 모두 확보하라고 해 놓고 정작 경기도가 약속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기도가 책임 있게 도정을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이 책임은 결국 경기도지사가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교통수단 예산을 확보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