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서울시의회 개원 첫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 촉구
“민주당 과반 서울시의회, 시장 견제하는 의회 돼야”
“400명 해고자 복직, 시의회의 정치적 책임이기도”
장애인들, 이날 선출된 의장·부의장 등에 면담요청서 전달
서울시의회가 새 임기를 시작한 날, 장애인들은 시의회 앞에 모였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아래 전권협) 등은 7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시의회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와 서울시가 해고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의 복직을 촉구했다.
민주당 과반 된 서울시의회… 장애인들 “시장의 권한 남용 견제하는 의회 돼야”
이날 개원한 제12대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80석, 국민의힘 38석 등 총 118석으로 구성됐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와는 정반대의 의석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새롭게 구성된 시의회가 제11대 시의회에서 후퇴한 장애인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이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을 우선 고용해 권익옹호와 문화예술, 장애인식개선 활동 등을 수행하는 공공일자리다. 노동자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시민사회에 알리고 협약 이행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0년 7월 서울에서 처음 시행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정작 사업이 시작된 서울에서는 현재 이 제도를 찾아볼 수 없다. 2023년, 당시 오세훈 시정 아래 서울시는 “노동자들의 직무가 집회·시위·캠페인에 치중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2024년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을 기존 58억 원에서 전액 삭감해 0원으로 편성했다. 이 같은 예산안이 2023년 12월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은 같은 해 12월 31일을 끝으로 전면 폐지됐다.
당시 제11대 서울시의회는 전체 112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76석을 차지하며 과반을 확보하고 있었다. 임기 동안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 전액 삭감은 물론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거주시설 연계사업 폐지 등 장애인 정책 전반에서 후퇴가 이어졌다.
서울장차연은 “제12대 서울시의회는 제11대 서울시의회와 달라야 한다. 오세훈 시장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후퇴한 시민의 권리를 복원하는 의회가 돼야 한다”며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시장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폐지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조례를 통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또한 해고된 400명의 노동자가 원래의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예산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고노동자 “400명 복직, 시의회가 져야 할 당연한 정치적 책임”
이날 오후 2시에는 서울시의회 의장과 부의장 선출을 위한 첫 임시회가, 오후 4시에는 개원식이 열렸다. 서울시의회 건물 외벽에는 “제12대 서울특별시의회 개원, 앞으로 4년 더 나은 서울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118명 전체 시의원의 이름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결의대회 발언에 나선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는 “저기 적혀있는 서울시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기억하며 의회가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자”며 “시의원들이 우리의 요구에 귀 기울이도록 더욱 힘 있게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기 전권협 서울지부장은 “2023년 국민의힘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갈라치기하고 혐오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다. 그러더니 오세훈 시장과 다수의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이 일자리는 일자리가 아니’라고 하면서 없애버렸다”고 규탄했다.
최 지부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앞다퉈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복원하겠다고 우리와 약속했다”며 “우리는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조례로 제도화해야 한다.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이 의지만 있다면 오세훈 시장의 독선과 갈라치기 정치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시의회에 대한 견제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동안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우리를 우롱하고 기만해 왔다”며 “전국에서 이 일자리를 통해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노동자들과 끝까지 연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인 김이수 씨는 “우리가 빼앗긴 것은 단순히 월급봉투가 아니다. 숨이 막혀버릴 듯 단조롭고 고립됐던 일상에서 우리가 찾은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노동하는 시민’이라는 당당한 존엄이었다. 동료를 만나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비로소 존엄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삶의 터전을 파괴한 해고는 살인”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400명의 노동자를 일터로, 삶터로 돌려보내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시의회가 져야 할 당연한 정치적 책임”이라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우리들의 오늘을 기꺼이 이겨내자”고 외쳤다.
결의대회 이후 참가자들은 서울시청을 거쳐 다시 서울시의회까지 행진했다. 이어 이날 선출된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과 성흠제 부의장, 이병도 운영위원장과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면담요청서와 요구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