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앞 농성장 접고 국회로, “국회가 권리예산 보장해야”
특별교통수단 대기시간 단축 예산 증액됐지만…“여전히 부족”
장애인 노동권·평생교육권·자립생활·탈시설 등 줄줄이 미반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3일 국회로 제출된 이재명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을 장애인권리예산이 아닌 ‘차별예산’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10월부터 시작될 예정인 만큼 국회를 상대로 한 예산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4일 기획예산처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에 설치한 농성장을 철수하고 국회 앞에서 예산 투쟁을 예고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장연은 정부 예산안이 820조 9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지만,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자립생활, 탈시설 예산 등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번 예산이 왜 ‘차별예산’인지 권리별로 설명해 나갔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정부 예산엔 ‘연구용역’만
전장연은 정부가 특별교통수단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438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끝내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는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고 이행을 촉구하는 공공일자리로 전국 12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전장연은 정부가 직접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와 면담해 왔지만, 정부 예산안에는 이에 대한 연구용역 예산만 포함됐다.
조은소리 전국권리중심공공일자리협회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가 처음에는 300억을 이야기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핑계로 100억 원, 또 다른 것을 이유로 19억 9천만 원, 그리고 그것마저 기획예산처가 반영하지 않아 2억 원이 됐다”라며 “연구를 해야 된다고 하는데 연구는 이미 많이 진행됐다”고 정부의 주장을 비판했다.
조 사무국장은 이 외에도 장애인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근로지원인 수를 늘리고, 복지부가 수행 중인 장애인 복지일자리 사업의 근무시간을 확대해 장애인 노동자들이 퇴직금과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평생교육법 시행 앞뒀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
한편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정됐지만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법 취지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명학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법이 내년 5월에 시행될 예정이지만 2027년 정부 예산안 중 장애인평생교육 예산은 고작 55억 원 수준”이라며 “장애인평생학습도시 사업 확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 전담부서 설치 및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의 강화를 요구했지만 기획예산처가 모든 예산을 삭감했다”고 성토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장애인평생교육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국가조차 법에 명시된 책임을 내팽개친다면 지자체가 수용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예산, 복지부는 예산에 아예 포함도 안 해
정다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사무총장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은 장애인단체가 요구한 권리예산을 부처 예산안에 반영해 기획예산처에 제출하기라도 했지만, 복지부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련 예산을 아예 포함시키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기능 강화 및 지원 확대인데 (정부안처럼) 한 달에 15만 원 올려 주는 게 확대인가”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총장에 따르면 장애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활동지원서비스 예산 역시 주요 요구가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한자협은 현재 국비로 최대 16시간밖에 지원되지 않는 활동지원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하고, 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을 위한 가산수당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는 이번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장애인권리예산, “포기하지 않겠다”
이 밖에도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학대가 계속 발생하는 거주시설에는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장애인의 탈시설이나 주거전환을 지원하는 장애인자립지원사업 본사업 예산은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점,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나 의사소통권 보장을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등을 추가로 설명했다.
특히 김미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은 “우리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것, 배우고 싶을 때 배울 수 있는 것, 문화예술을 누리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기회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오후 3시 40분경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당사로 행진해 요구안을 전달한 후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