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앞 200명 집결…결의대회 끝 얻어낸 TF 약속
인천시 “거주인 전원 자립 전제로 계획 수립할 것”
탈시설 당사자 “색동원에 다신 가고 싶지 않아요”
공대위, 박찬대 인천시장 확답 얻을 때까지 투쟁 이어간다

인천시와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색동원 거주장애인 33명 전원의 자립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 TF(Task Force, 전담팀)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번 TF 구성은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집중 결의대회 끝에 이뤄낸 성과다. 

색동원은 전 시설장과 종사자들의 거주장애인에 대한 성폭력·폭행 사건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2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색동원 인권참사 해결!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인천시청 집중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김소영
22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색동원 인권참사 해결!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인천시청 집중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결의대회 참가자가 정문에 내려온 철제 셔터에 공대위 요구가 담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스티커에는 “박찬대 시장 약속 즉각 이행! 탈시설 예산 즉각 편성”, “17억이면 충분하다” 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 김소영
결의대회 참가자가 정문에 내려온 철제 셔터에 공대위 요구가 담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스티커에는 “박찬대 시장 약속 즉각 이행! 탈시설 예산 즉각 편성”, “17억이면 충분하다” 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 김소영

인천시 “거주인 전원 자립 전제로 계획 수립할 것”

지난달 4일부터 이어진 색동원 인권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농성은 이날로 49일째를 맞았다. 결의대회가 진행되던 오후 3시, 공대위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단은 전기은 인천시장 비서실장, 함교춘 인천시 장애인복지과장 등과 면담을 가졌다.

공대위는 그동안 △색동원 거주인 33명 전원 탈시설 및 자립 추진 △자립에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 △자립지원주택 확보를 요구해 왔다. 이날 면담에서는 여기에 더해 △탈시설·자립 추진에 필요한 약 16억 원을 9월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것 △이 모든 과정을 공대위와 함께 논의할 공동 TF를 구성할 것 등을 요구했다.

면담을 마친 공대위는 인천시가 색동원 거주인 33명 전원의 자립을 전제로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공동 TF를 구성해 오는 8월 15일까지 추경 예산안과 자립 계획을 함께 마련한 뒤, 이를 바탕으로 박찬대 인천시장과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인천시 장애인복지과와 인천도시공사(iH)는 지난 20일 면담을 가졌다. 인천시는 이 자리에서 색동원 거주인들의 자립을 위한 주택 지원을 iH에 요청했고, iH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종인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다만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인천시도 계속해서 iH에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확보와 주택 마련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을 지켜보며 투쟁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시설 당사자 “색동원에 다신 가고 싶지 않아요”

이날 결의대회는 당초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후 12시 30분쯤 공대위와 서울 지역 활동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인천시청 출입구를 가로막고 경사로에는 대형 고깔 수십 개를 촘촘히 세워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이로 인해 집회 참가자는 물론 시청을 찾은 다른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까지 출입이 제한됐다.

활동가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오후 1시께 고깔을 모두 치웠다. 이후 일부 활동가들은 항의의 뜻으로 경찰이 막고 있던 인천시청 북문과 동문, 정문 등 각 출입구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고, 나머지 200여 명의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인천시청 출입구 경사로에 촘촘히 세워졌던 고깔이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의 항의와 진입 이후 흩어져 있다.사진 공대위
인천시청 출입구 경사로에 촘촘히 세워졌던 고깔이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의 항의와 진입 이후 흩어져 있다. 사진 공대위
방패를 든 채 정문을 막고 있는 경찰들. 그 주변에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있다. 사진 김소영
방패를 든 채 정문을 막고 있는 경찰들. 그 주변에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있다. 사진 김소영

결의대회에서는 색동원에서 탈시설해 자립한 당사자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하정호 씨(가명)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은 그를 지원하는 민경환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대독했다. 

“저는 하정호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색동원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 제 방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색동원에서 같이 살던 형과 동생들이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형이 ‘이게 네 방이냐’ 물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어제는 조력인이 제게 ‘색동원에 있는 형과 동생들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응’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형이랑 동생들도 형님처럼 자기 방이 있으면 좋을 것 같냐’고 물어 저는 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력인이 묻습니다. ‘강화도에 가고 싶으세요?’ 저는 고개를 흔듭니다. 저는 다시 색동원으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생활이 재미있습니다.”

한편 공대위는 색동원 거주인 33명 전원의 자립 추진에 대한 박찬대 인천시장의 확답이 있을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색동원 거주인 가운데 자립한 사람은 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