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달주·박경석 전장연 대표, 노역투쟁 결의
누적 벌금 5120만 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액은 11억 6800만 원
박 대표 “노역투쟁, 정의롭지 못한 현실 드러내는 직접행동”
전장연, 벌금 모금 진행 “투쟁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

21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노역투쟁 결의 기자회견에서의 권달주(왼쪽)·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 권 대표는 “가둘 수 있는 투쟁은 없다”라고 적힌 피켓을, 박 대표는 “벌금을 원하냐 나는 노역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21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노역투쟁 결의 기자회견에서의 권달주(왼쪽)·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 권 대표는 “가둘 수 있는 투쟁은 없다”라고 적힌 피켓을, 박 대표는 “벌금을 원하냐 나는 노역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벌금 대신 감옥을 택했다. 권달주·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장애인권운동을 이유로 부과된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노역장 유치에 들어가기로 했다.

21일 오후 3시 권달주·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100여 명의 장애인권운동 활동가들과 노역투쟁 결의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들이 지하철역 바닥에 ‘권리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부과된 벌금은 권 대표 100만 원, 박 대표 300만 원이다. 두 사람은 벌금을 내는 대신 각각 최대 10일과 30일간 노역장에 유치된다.

전장연에 따르면 현재까지 장애인권운동 활동가 47명을 대상으로 판결이 확정됐거나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45건이며, 누적 벌금액은 5120만 원에 달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행동을 이유로 제기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액도 11억 6800만 원에 이른다.

장애인권운동 활동가들은 이러한 형사·민사상 책임 부과를 장애인권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노역장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맞서기로 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교정시설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활동지원사가 함께 들어갈 수 없고, 구치소 내 장애인 편의시설도 충분하지 않다. 교정시설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에도 한계가 있어 먹고, 이동하고, 잠자는 기본적인 일상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노역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권 대표는 “우리 둘의 노역투쟁으로 다른 동지들이 벌금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고, 박 대표는 “노역투쟁은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이라고 강조했다.

100여 명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들의 오른편 뒤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보인다. 사진 김소영
100여 명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들의 오른편 뒤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보인다. 사진 김소영

“장애인 권리 요구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벌금형”

2023년 2월 13일,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교육권·노동권·탈시설·자립생활 등의 권리 보장 내용을 담은 스티커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 벽면과 바닥에 부착하고, 바닥에 스프레이를 분사했다.

이 사건으로 전장연 활동가들은 공동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2024년 5월 1일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의 항소로 열린 2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혀 유죄가 선고됐다. 지난 5월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유지하며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날 노역투쟁 결의 기자회견에서 전장연 형사사건 변호인단 소속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애초에 이 모든 사건은 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때에 집을 나서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학교와 직장에 가고, 친구를 만나며,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아주 당연한 요구였다”며 “특별한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형사사건이 만들어졌고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벌금이 쌓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 벌금의 끝에서 이분들이 교정시설에 들어가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히 벌금을 낼 것인가, 노역장에 갈 것인가가 아니다. 왜 장애인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 형사재판과 벌금으로 이어져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경석 대표 “노역투쟁, 정의롭지 못한 현실 드러내는 직접행동… 함께해 달라”

권달주 대표는 “노역에 들어가는 입장에서 마음이 착잡하다”면서도 “우리의 투쟁은 결코 벌금이나 법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당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만들기 위해 투쟁했을 뿐인데, 그 투쟁조차 정치권력과 재판부가 입막음하려 한다”며 “오늘 우리의 권리 투쟁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120만 원, 그리고 11억 6800만 원이라는 돈의 무게 때문에 우리 동지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노역투쟁을 통해 다른 동지들이 벌금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며 “벌금에 굴복하지 않고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해방되는 날까지 끝까지 결의하고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달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권달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경석 대표는 “처음 장애인운동을 하며 유치장에 갔던 때가 30년 전인 1996년 9월이다. 이후 30년 동안 현장에서 수없이 연행돼 경찰서 유치장을 오갔다”며 “벌금 때문에 노역을 가게 된 것은 2001년 1월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에 항의하며 서울역 선로를 점거한 일로 벌금형을 받으면서부터다. 그렇게 전장연과 ‘벌금의 역사’가 시작됐고, 이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벌금으로 노역을 가는 것은 실패의 결과가 아니다. 전장연의 노역투쟁은 아직 헌법적 가치조차 실현되지 못한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드러내는 직접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집시법, 도로교통법, 철도법, 공무집행방해 등 형식적인 법률을 근거로 벌금은 물론 형사·민사소송까지 겪으며 탄압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30년 전 경찰에 연행됐던 첫 기억을 마음에 새긴 채 비장애중심주의와 불평등에 맞서 싸우며 자긍심을 지켜왔다”고 했다.

전장연은 권 대표와 박 대표의 노역투쟁과 함께 벌금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의 장애인 차별에 맞선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에 함께해달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투쟁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부과되는 벌금은 전장연으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라며 “그럼에도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는 투쟁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끝까지 살아남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권 대표와 박 대표는 100여 명의 동료들에게 배웅을 받으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노역장 유치에 앞서 조사를 받았다. 이후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서울시설공단의 장애인 소형버스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권 대표와 박 대표가 탑승한 서울시설공단의 장애인 소형버스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김소영
권 대표와 박 대표가 탑승한 서울시설공단의 장애인 소형버스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벌금 모금 동참하기]

▶모금 계좌: 국민은행 488401-01-229795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일시 후원:
https://donate.do/ai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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