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포체투지 투쟁 연말까지 이어간다
여전히 권리 밖에 놓인 장애인 노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 통과했지만 오세훈 시장 공포 미뤄
“오세훈, 조례 즉각 공포·이행하고 예산 편성하라”

장애인들이 다시 지하철 바닥에 몸을 낮춘다. 이번에는 서울시청역에서 국회의사당역까지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제도화를 촉구하며 9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50일간 ‘포체투지’를 이어간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 및 원직복직 투쟁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는 28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체투지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와 2027년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사업이 폐지되지 않도록 국회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법제화를 요구하며 국회의사당역으로 향한다.

28일 오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손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해고노동자 400명 일터로 돌아가자!”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출근길 지하철 바닥을 기고 있다. 사진 김소영
28일 오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손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해고노동자 400명 일터로 돌아가자!”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출근길 지하철 바닥을 기고 있다. 사진 김소영

다시 바닥을 기는 이유, 여전히 권리 밖에 놓인 장애인 노동

포체투지는 오체투지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몸을 바닥에 붙이고 기어가며(기어갈 포匍) 진행하는 시민불복종 행동이다. 이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첫 포체투지에 나섰다. 휠체어에서 내려온 박 대표는 바닥을 기어가며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에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를 호소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민들께 호소드립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조례를 이행할 수 있도록, 2027년도에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11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정의를 명시하고 서울시가 이를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폐지된 지 2년 9개월 만에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조례안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공포해야 한다. 공포하지 않더라도 20일이 지나면 조례안은 확정되지만, 오 시장이 그 전에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전장연 시위 참여에 인건비를 지급할 근거”라고 주장하며 “시민을 위한 소중한 예산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또다시 난도질당하고, 특정 단체 나눠 먹기로 변질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장연에 따르면 현재까지 오 시장은 조례안을 이송받고도 공포하지 않고 있다.

이날 포체투지는 시청역에서 노량진역까지 이어졌다. 노량진역에 다다르자 박 대표는 포체투지를 마치고 활동가들의 지원을 받아 휠체어에 올라탔다. 그때 다른 칸에 있던 한 시민이 다가왔다.

“아니 꼭 이렇게 하셔야 돼요? 내 주변에 장애인들 많은데 그분들은 충분한 혜택을 받고 있어요. 나라가 뭐 잘못된 것처럼 꼭 이렇게 하셔야 되냐고요. 왜 전철에서 이러시는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의 72%가 비경제활동인구로, 4명 중 3명꼴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은 40년째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이기도 하다. 약 1만 명의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가운데, 2025년 기준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42만 219원에 그쳤다. (관련 기사: 최저임금은 올랐는데…장애인 노동자 1만 명 40년째 ‘최저임금 적용제외’)

이 같은 현실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시작됐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노동을 통해, 기존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중증장애인도 일할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박 대표가 포체투지를 진행하는 동안 비어 있는 휠체어. 등받이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해고노동자 400명 일터로 돌아가자!”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 옆에 한 활동가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를 공포·이행하고 예산을 편성하라!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대한 낙인·왜곡 중단하라!”라고 적힌 족자를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 대표가 포체투지를 진행하는 동안 비어 있는 휠체어. 등받이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해고노동자 400명 일터로 돌아가자!”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 옆에 한 활동가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를 공포·이행하고 예산을 편성하라!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대한 낙인·왜곡 중단하라!”라고 적힌 족자를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장연과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가 28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오세훈, 조례 즉각 공포·이행하고 예산 편성하라”

포체투지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의 발언문이 낭독됐다. 이 사무국장은 발언문을 통해 “오늘부터 동지들은 자신의 몸을 바닥에 낮추며 50일을 보낸다. 하지만 저는 묻고 싶다. 도대체 장애인이 노동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더 낮은 곳까지 내려가야 하는가”라며 “낮아져야 할 것은 장애인의 몸이 아니다. 장애인의 노동을 제멋대로 평가하고 폐지한 서울시의 높은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뀌어야 할 것은 중증장애인의 몸도, 노동도 아니다. 누구에게 노동할 자격이 있는지, 누구에게 살아갈 권리를 줄 것인지 끊임없이 심사해 온 이 사회의 기준”이라며 “노동할 권리도, 이동할 권리도, 가난하더라도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도 누군가의 자격 심사를 통과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를 즉각 공포하고 이행하라. 2027년 예산을 편성하라. 오 시장은 해고된 400명의 노동자를 일터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