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스티커’ 붙이고 노역 선택한 전장연 대표들
휠체어 뺏기고 엎드려서 생활…욕창관리도 안 돼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차별 행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권달주,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023년 삼각지역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스티커를 역사 곳곳에 부착했다. 그리고 2026년 5월 20일 대법원은 이를 재물손괴로 인정하며 두 대표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두 대표는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을 범죄 행위로 판단한 사법부를 규탄하며, 벌금 납부 대신 구치소에 갇히는 노역 행을 택했다. 이에 권 대표와 박 대표는 지난 9월 21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23일 출소했다. 벌금에 대한 시민 모금이 이뤄져 예상보다 빠르게 출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장애에 대한 정당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구치소에서 차별적인 시간을 보내야했다. 이들이 받아야 했던 노역에 더해 인권과 생존권을 위협받는 ‘이중 처벌’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전장연은 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정시설의 최고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과 구치소의 운영 책임이 있는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 진정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흉기라며 휠체어 제공하지 않은 구치소…화장실도 ‘물론’
권 대표는 노역을 하는 구치소 환경이 “사람으로서, 장애인으로서는 활동이 전혀 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구치소 측은 걷거나 앉기 어려운 두 대표의 이동과 생활에 필수품인 휠체어를 압수했다. 이들이 타고 온 휠체어가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수용실에서 사용하도록 구치소가 가진 휠체어를 내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두 대표는 3일 내내 모포를 깔고 바닥에 누워 생활했다. 심지어 밥 먹을 때조차 앉지 못해 엎드려 먹어야 했다. 권 대표는 일부 교도관으로부터 ‘일어나서 걸어가지’와 같은 발언도 들었다고 전했다.
두 대표는 화장실조차 자유롭게 가지 못했다. 권 대표는 “(휠체어가 없어서) 기어다니며 살아야 했다”라며 “화장실에 접근이 안 돼서 소변을 바가지에 받아서 보는, 그런 생활 때문에 밥도 마음대로 먹지 못했다. 3일 동안 딱 한 끼 먹었다”라고 노역 생활을 전했다.
욕창 때문에 위험했지만, 구치소는 나 몰라라
박 대표는 “벌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이중의 처벌이 가해졌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척수장애인이다. 허리 아래의 자세 변경이 어려워 피부와 조직이 손상되는 욕창 증세가 있다. 박 대표는 “방에 모포 2장을 깔고 내팽개쳐져 있었다”라며 “이미 욕창이 있던 상황 속에서 욕창이 더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위험을 견뎌야 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박 대표는 욕창 관리를 위해 구치소에 “침대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 침대가 불가능하면 에어 매트리스라도 가져다 달라”라고 요구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고 전했다.
이에 박 대표는 9월 22일 서울구치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인권위 확인 결과, 서울구치소는 박 대표가 출소한 지 5일이 지난 9월 28일에야 인권위에 진정서를 전달했다.
한편, 전장연 활동가들은 박 대표가 구치소에 있는 동안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서울구치소는 국민신문고 답변으로 ‘의무관 진료를 시행하였으며 진료 결과, 욕창 예방용 매트리스를 지급했다’는 허위 답변을 전해 물의를 빚었다.
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두 대표가 구치소에서 겪은 일들은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라며 “그 어느 이유도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는 “사법기관은 장애인이 인신구금·구속 상태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및 적극적인 조치를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