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발달장애인은 가족 없이 휴대폰 개통 못 하나요?” LG유플러스 ‘규탄’
LG유플러스, 정신적 장애인은 상품 가입 막고, 보호자 서류까지 요구
가입 절차에서 의사결정 지원 시도조차 안 해… 법 위반·차별 소지 커
“지난 6월 핸드폰을 사기 위해 LG유플러스에 갔습니다. 직원은 대뜸 같이 간 직장동료에게 나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고 발달장애인은 가족과 함께 오지 않으면 휴대폰을 새로 만들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화가 나고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성인이고 돈도 있어서 제 마음대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발달장애인이라고 해서 핸드폰을 살 때 그런 지침을 만든 것이 어이가 없습니다.”
- 김동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저는 성인이고 앞으로 혼자 삶을 살기 위하여 최근 자립하였습니다. 자립했는데 휴대전화를 바꾸려면 다시 부모님께 연락하여 함께 사러 가자고 해야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대리점에서 부모님을 동행해야 한다고 할 때 기분이 진짜 나빴습니다.
- 박현철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LG유플러스가 장애를 이유로 상품가입을 못하게 막자, 분노한 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하고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7일 LG유플러스로부터 휴대전화 개통과 기기 변경 등을 거절당한 7명의 발달장애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LG유플러스를 향한 차별 진정은 처음이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은 지난 6월 17일, 8월 13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로 LG유플러스를 차별 진정했다.
정신적 장애인은 혼자서 상품 가입 못 해… “자기결정권 침해하는 과도한 조치”
최근 LG유플러스는 모델 백종원 등장하는 영상 광고를 통해 ‘고객의 소리를 듣는다’며 복잡한 증빙 서류를 간소화시킨 결합상품을 홍보했다(광고영상). 그러나 지난 7월 1일부터 오히려 정신적 장애가 있거나, 언어장애 등이 있는 장애인은 홀로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콜센터와 전국 대리점에 장애인에게는 더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규정을 만들어 배포했다.
규정에 따르면 6개 장애유형(지적, 자폐성, 뇌병변, 뇌전증, 정신, 언어)의 당사자들은 홀로 대리점을 방문하면 휴대전화 개통 및 기기변경, TV와 인터넷 등을 가입할 수 없다. 그 대신 보호자 동행 및 동의서 제출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동행하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다만, 이들 중 LG유플러스에 최초 가입하는 경우에는 동행여부에 상관없이 신분증 제시만으로 가입 가능하지만, 기기 변경이나 재약정 서비스에는 제약이 있다.
이에 장추련을 비롯한 장애인인권단체들이 해당 규정을 ‘차별 규정’이라고 항의하자, LG유플러스는 뒤늦게 규정을 바꿔 7월 16일부터 발달장애인(지적, 자폐)과 정신장애인에게만 적용하고 있다.
정신적 장애인의 통신 상품 가입 제한 규정을 남겨둔 것에 대해 7일, LG유플러스 홍보팀 팀장은 “정신적 장애인들의 통신 상품 가입 시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안내와 장애인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자나 후견인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장추련은 “장애인이 핸드폰을 만들고 싶어도 스스로 만들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연고가 있는 장애인은 보호자가, 연고가 없는 장애인은 지원자나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의 대리인 역할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매우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규정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과 선택을 보장하지 않고 보호자와 대리인이 결정과 선택을 대신 해주도록 종용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추련은 “LG유플러스는 애초 소속 대리점 직원들에 의한 편법판매로 인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기피해가 많이 발생해 자체규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구매를 제한해 구매자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 장애인 의사결정 지원 시도조차 안 해… 법률 위반 소지 커
현재 LG유플러스의 규정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지원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장애를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다. 또한 제7조에서는 장애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는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발달장애인지원법 제3조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자신에게 법률적·사실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여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제8조에서는 의사결정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와 의사결정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지 않고 의사결정능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발달장애인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지원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의사결정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버렸다.
이에 대해 장추련 등은 “기업이 과잉된 상품을 추천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구매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설명과 편의제공을 통해 사기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장추련은 LG유플러스에 △장애를 이유로 당사자의 자기결정과 선택을 무시한 차별 규정 즉각 폐지 △진정인 포함 모든 장애인에게 공개 사과 △차별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담당자 장애인권교육 △진정인과 장애인단체의 의사를 수렴해 근본적 제도개선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편,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LG유플러스는 피해자들이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자, 면담 요구에 응했다. 1인 시위가 끝난 뒤 피해자들을 비롯해 장추련 등 장애인권단체들은 해당 규정을 만든 LG유플러스 모바일리스크관리팀과 면담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추석 전까지 책임 있는 대표자와의 면담 일정을 서면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기사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