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차량’ 지정제로 전체 운행 시간 되레 줄어
장애인 비하, 운전원 갑질도 그대로
공사 ‘누리콜은 운영해 봤자 효율성 떨어져… 바로콜 운영 불가’
장애계 “차별로 인한 사회적 비용 줄이는 게 진짜 효율성 높이는 것”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을 세종도시교통공사(아래 공사)가 운영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장애인이동권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계는 공사의 책임 회피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인권 앞에서 효율성을 따지는 공사와 이를 방관하는 세종시를 규탄했다.   

바로콜, 24시간 운행 등 장애계 요구도 여전히 수용되지 않았다. 게다가 1인 1차량 지정제로 인해 전체 운행 시간 총량이 오히려 줄어들어 세종시 장애시민의 이동권이 더욱 침해됐다. 공사는 ‘누리콜은 운영해도 적자밖에 안 난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개선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세종장차연)는 8일 오후 1시, 세종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와 세종시가 장애인이동권 보장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종장차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이 8일 세종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현수막에는 ‘세종시 장애인자립생활보장을 위한 장애인특별교통수단 누리콜 바로 와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장애계 투쟁으로 공사 운영 쟁취… 그러나 책임 회피하는 공사와 세종시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은 9년간 세종시지체장애인협회(아래 지장협)가 독점 운영해 왔다. 세종시는 민간단체인 지장협에 운영을 맡기고 장애인이용자 비하, 운전원 갑질과 성추행 등의 문제를 방관해 왔다.

장애계는 지난 1년간 △누리콜을 세종시가 직접 운영 △특장차 법정대수 200% 증차 △특장차의 경우 휠체어 이용자 우선 수송 △바우처택시는 휠체어 비이용자 우선 수송 △24시간 운행 △원할 때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바로콜’ 운행 △충청도 전역 운행 △휴일에는 주중대비 70% 증차 등의 요구안을 내걸고 누리콜 공공운영을 위해 투쟁했다.

그 결과 완전한 공공운영은 아니지만 공사가 3년간 위탁운영을 하게 되면서 누리콜의 공공성이 전보다 강화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장애계가 세종시를 향해 누리콜 공공운영을 요구한 것은 공공기관인 세종시가 장애인이동권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사가 운영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아직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우선 세종시는 특장차 법정대수 200% 증차는커녕 법정대수조차 준수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일을 기준으로 누리콜은 특장차 19대, 승용차 6대로 총 25대다.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가능한 특장차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에 따라,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를 법정대수로 정하고 있다. 작년을 기준으로 세종시 중증장애인 인구는 4525명이다. 즉, 특장차가 최소 31대는 운행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행 19대는 법정대수 31대에 비해 현저히 모자란다. 세종시는 현행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

공사는 오히려 특장차를 휠체어 비이용자 운행에 투입하고 있다. 세종장차연은 “이는 휠체어 비이용자 전용 차량인 바우처택시를 도입하지 않으려는 것이며 공사는 이를 ‘효율적 운영을 위한 것’이라 포장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효율성 이유로 바로콜·24시간 운행 안 해, 운전자 부족으로 4대는 유휴차량 

바로콜, 24시간 운행 도입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누리콜을 이용하려면 이틀 전에 예약해야만 한다. 문경희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공사가 누리콜을 운영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장애인은 아직도 학교나 직장, 병원에 가기 위해 누리콜을 이틀 전에 예약해야 한다. 특별교통수단 앞에 붙은 ‘특별하다’는 말도 싫다. 그저 비장애인처럼 그때그때 탈 수 있는 택시와 버스가 필요할 뿐이다”라고 성토했다.

문경희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공사 운영 이후 새로 도입된 ‘1인 1차량 지정제’도 문제다. 이는 운전원 한 명이 하나의 택시를 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운전원은 현재 21명이다. 택시는 25대인데 운전원이 21명이라, 나머지 택시 4대는 어떤 손님도 태우지 않고 놀고 있다.

이처럼 유휴차량이 발생해 장애인이용자의 피해가 큰데, 1인 1차량 지정제 때문에 전체 운행 시간 총량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운전원 한 명당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이다. 퇴근 시점에 택시를 다른 운전원에게 넘겨주는 구조여야 증차효과를 보는데, 1인 1차량 지정제로 인해 운전원은 퇴근 후 차를 차고지에 반납해야 한다. 세종장차연은 “공사는 차량정비, 안전사고 등 관리 용이를 이유로 업무효율에 초점을 맞춰 누리콜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태훈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게다가 장애인이용자에게 반말을 하거나 장애를 비하하는 등 운전원 갑질도 그대로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콜 운전원인 강태훈 세종장차연 공동대표는 “운전원 중 일부가 사람을 봐 가면서 갑질을 하고 있다. 말 나올 것 같은 이용자한테는 상냥하게 하고, 언어장애가 있거나 표현을 잘 못 하는 이용자에게는 함부로 한다. 공사는 사태를 파악해 보겠다는 말만 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징계나 교육 등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아무것도 없다”고 성토했다.

강 공동대표는 또한 “누리콜 운영으로 돈 벌라고 공사 운영을 위해 투쟁한 게 아니다.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위해 투쟁한 건데 공사는 ‘누리콜은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만 난다’며 바로콜과 24시간 운행을 못 한다고 말한다”며 “교통약자법 3조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차별 없이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세종시는 효율성 따지지 말고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에 맞게 누리콜을 운행해야 한다. 차별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게 진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세종시청 앞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세종시청 앞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